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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그림자들의 야유회 - 김점용

초록느낌 2010. 11. 9. 18:17

 

 

 

 

  뒤풀이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다가 누가 불러 잠시 다녀왔더니 커피가 다 식어 리필을 부탁했을 뿐인데 종업원은 한참 뒤에 딸기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가져와서는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고 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지만 딸기는 잘 먹는 편이라 맛을 조금 보았더니 생각보다 맛이 있어 계속 먹었을 뿐인데 사람들은 혼자 아이스크림을 시켜 먹는다 눈치를 주고

 

  누가 불러 잠시 다녀온 것도 모두가 야유회를 간다고 하니 누군가 한 명은 당번으로 남아야 하니까 공으로 남 때리는 피구도 싫고 헛발질 잘하는 족구도 못해서 내가 남겠다고 했을 뿐인데 남아서 텅 빈 사무실의 텅 빈 의자에 한 번씩 앉아가면서 그들과 수건돌리기를 하며 놀았을 뿐인데 사람들은 혼자 데이트를 즐겼다 수군거리고

 

  끼리기리 모여 앉아 비닐을 둘러쓰고 말풍선을 부풀리고 고기를 뒤집고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고 손뼉을 치는 사이 내가 그들 뒤에 석유 냄새나는 기념수건을 번갈아 놓아가며 차례차례 술래로 만들었다는 걸 모르고 손을 뻗어 뒤를 더듬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혼자서 빙빙 돌다가 지쳐 쓰러졌다는 걸 모르고 사람들은 꾀병을 부린다 야유를 하고 야유회를 즐기고

 

 

 

 

 

 

 

 

 

 

 

-메롱메롱 은주/ 문학과 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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