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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 이문재 본문

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마흔 살 - 이문재

초록느낌 2010. 10. 21. 15:03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던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 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풀잎은 공중에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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