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Tags
- 희망에게 / 이해인
-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 안 도 현
- 행복을 적는 노트 /윤보영
- 한가위 / 최광림
- 폭풍 /정호승
- 김윤자
- 첫사랑 / 류시화
- 이해인
- 효과적인 공부 방법
- 편지 / 문정희
- 흔들리며 사랑하며 / 이 정 하
- 훈민정음의 우수성
- 태양의 잎사귀들 - 최정례
- 도종환
- 갈대 존재의 이유
- 희망에 바치는 송가 / 파블로 네루다
- 추억이라는 말에서는 /이향아
- 시사랑
- 함께 걸어줄 당신이 그리운날에.../ 김수현
- 풍접초 / 강은령
-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 / 용혜원
- 편지지와 편지봉투 / 오규원
- 효과적인 시간 활용팁
- 초록꽃나무
- 흔들리며 사랑하며 / 이정하
- 곽재구
- 하품하는 책 / 유홍준
- 커피/윤보영
- 하얀눈위로그렸던안녕이라는두글자/이민숙
- 하늘/김춘수
Archives
- Today
- Total
열린 공간
검은 가지에 물방울 사라지면 - 김점용 본문
아버지가 찾아왔다
낯선 노인이 아버지 친구라며 아버지가 우리 집에 오다가 우물가에서 혼자 놀고 있다고 일러주었다
우물로 갔더니 일흔아홉의 아버지가 흰 수의에 삼베 꽃신을 신고 두레박에 손을 넣어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
아버지,
하고 불렀더니 아버지 친구는 나뭇짐 때문에 애조원에서 사람들과 싸우고 있다고 거기로 가보라고 했다
급하게 고개를 넘고 마구촌을 지나 숨을 헐떡이며 애조원에 도착했을 때
머리가 희긋한 중년의 아버지는 흰 와이셔츠에 한복 바지를 입고 문둥이와 장기를 두고 있었다
아버지,
하고 불렀더니 그는 꿈쩍도 않고 대신 문둥이가 뭉개진 손가락을 입에 대며 쉿쉿거렸다
등을 보인 아버지는 이번에도 아버지 친구일 터
상심하여 돌아서는데 그가 이번 판만 두고 보내마, 그랬다
덜컥 겁이 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우물쭈물 서 있으니
문둥이가 사라진 입술로 뭐라고 뭐라고 웅얼거렸다
원문고개 호떡집 아줌마한테 물어봐라, 그런 뜻으로 들렸다
그 집은 없어진 지 오래인데
안방에 촛불을 켜둔 채 급하게 나왔는데
힘이 장사인 아버지는 점점 더 젊어져서 어디서 무슨 짓을 하는지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와 대문을 젖히니 죽담에 선 어머니가
아버지 옷을 입고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냐고 소리를 버럭 질렀다
산 것들이 매달렸던 검은 가지에
저녁 빛을 모은 흰 물방울이 그렁그렁 맺혔다
물방울 사라지면 빛은 또 어디로 가는지......
-메롱메롱 은주-
'문학의 즐거움 > 시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살이 - 김점용 (0) | 2010.11.24 |
---|---|
독신 - 정복여 (0) | 2010.11.11 |
먼 저 달 - 김점용 (0) | 2010.11.11 |
그림자들의 야유회 - 김점용 (0) | 2010.11.09 |
빛들의 저녁 - 정복여 (0) | 2010.1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