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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어항에게 생긴 일 - 김점용

초록느낌 2010. 11. 24. 18:15

 

 

 

 

 

 

 

어항 속으로 각시붕어 한 마리가 지나갔다

꼭 일주일 만이었다

여름비와 가을 단풍도 지나갔다

한 여자가 커피를 마시고 말보로 담배를 피운 다음 어항 속으로 사라졌다

잠깐 수증기처럼 연기가 피어올랐다

투명한 어항은 무엇이든 다 지나간다

그 어떤 루머도 어항을 지나면 분명한 사실이 되었다

이장(移葬)을 하던 포클레인 기사가 그대로 앓아누웠다

어항을 잘못 건드려 하마터면 깨질 뻔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은 어항이 어항을 지나가려 했다

제 몸을 빠져나가려 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릇은 그릇을 떠날 수 없는데

어항이 어항을 빠져나가려 했다

어항이 있던 자리에 거대한 호수가 생겼다

사방이 캄캄하였다

내낮처럼 어둡고 명징하였다

 

 

 

 

 

 

-메롱메롱 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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