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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서해 2 / 문동만

초록느낌 2009. 9. 26. 15:12

 

 

 

 

 

포구에서 얼굴 불그레한 뱃사람들이

우럭새끼 한 마리를

두 점의 안주로 나눠 됫병 소주 반을 비우고 있다

9월이면 꽃게를 찾아 백령도로 갈 것이라 한다

 

새끼 우럭들은 방파제 쪽에 떼로 몰려

서툰 낚시에도 걸렸다 두어 마리만 더 건지면

저들은 꽃게처럼 비척거리며 집을 찾으리라

해초 같은 저들의  머리칼 위로

밤이슬 여러날 더 내리면 입추(立秋)

 

저 북쪽, 꽃게가 사는 경계 없는 심해에는

수장당한 젊은 살점들이 해류에서 시리게 쓸리고 있다 한다

 

나도 집게발을 들어 성긴 그물을 한코 한코 쥐어뜯으며

기어가 늦은 조문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곳도 이곳처럼 그러하리라

땀과 육담과 욕지기의 포구에서 우럭들이

거무스레 늙고 있을 것이다

 

 

 

 

 

시집/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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