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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어머니와 새/ 문동만

초록느낌 2009. 9. 26. 14:54

 

 

 

그 새는 삼년째, 설 즈음해서 며칠간 손님처럼 묵어가곤 했다

어머니도 그 새 이름을 알지 못했다

박새 같기도 콩새 같기도 한 그놈은

시렁 위에 앉았다 해 뜨면 사라지고 밤 으슥하니

되돌아오기를 여러 날이라 했다

어머니가 마루에 똥받이를 깔아놓고

새벽녘 요강에 걸터읹아

춥겄다,

허공으로 손사래로 쓰다듬고는

춥겄다,

하시면

그놈은 괜찮다는 듯

눈 한번 끔벅 들어보곤 하였다

정월 초하루가 그놈처럼 앉았다 깄다

 

 

 

 

*문동만 시집/그네/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