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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수야!벅수야! [고영] 본문
노름빚 논 스무 마지기,
그 황금빛 알곡 물결 위에 일기를 쓰면
내 글씨는 여린 내 손을 잡고 지구를 몇 바퀴 돌고 돌아
저 먼 우주까지 데리고 다닐 듯했습니다.
꿈 속에서조차 거머리가 들러붙던 어느 더운 날 아침
정말 불식간에 빚쟁이들이 들이닥쳤을 때
당신은 다행이 뒷간에 숨어 있었지요.
엄마는 들쥐처럼 울고,
누이동생은 귀여운 생쥐처럼 울고,
거머리를 떼어내느라 나는 논바닥에 주저앉아
뻘뻘 비지땀만 흘리고 있었지요.
석유냄새 화사한 뒷간에 쪼그리고 앉아
당신은 자꾸 엉뚱한 곳에 힘을 쏟지만
벌건 엉덩짝 밑으로 똥물만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머릿속엔 뜨다 만 달광이 맴돌아
수도 없이 입맛을 다셨지요.
빕쟁이들이 모두 떠난 뒤
엉거주춤 뒷간을 나서는 누렇게 뜬 당신 몰골에
벅수야!벅수야! 하면서도 엄마는 웃고,
동네 사람들도 한바탕 수군대며 웃었습니다.
그날 아침 나는 난생 처음
당신이 차려준 귀한 밥상을 받아보았습니다.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