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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힘이 세다 [고영] 본문

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눈물은 힘이 세다 [고영]

초록느낌 2009. 7. 16. 15:49

 

 

 

아내가 잔다

아내의 눈물이 잔다

밤새 울부짖던 눈물이 지쳐 쓰러져 잔다

아내의 눈물이 깰까봐

나는 없는 자존심마저 다 내어준 채

베란다 딸린 차가운 변방으로 밀려나 놀란 가슴 쓸어내린다

눈물은 아내가 꺼내드는 비장의 무기다

눈물의 포효는 점점 위력을 더해간다

 

눈물은 힘이 세다

눈물은 맹독의 발톱을 가졌다

야차 같은 저 눈물의 횡포를 겪고 나면

남는 건 싸늘한 폐허뿐이다, 내겐 폐허만 남았다!

폐허를 건너는 밤이 너무 길다

무장해제 당한 밤은 너무 무섭다

 

언제부턴가

아내의 눈물에 발톱이 돋아나기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씩 말수가 줄어든다

쌀을 씻는 일도 잦아졌다

눈물의 포효가 커질수록, 횡포가 극에 달할수록

나는 점점 눈물에게 복종되어 간다

 

눈물 앞에선 모든 게 내 탓이다

잘한 일이 하나도 없다

그래야 산다!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