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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로 [이덕규] 본문

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백로 [이덕규]

초록느낌 2009. 6. 23. 16:01

 

 

 

 

 

1

 

웬 저런

한량 같은 조상이 하나 밤새

돌아갈 길을 잃고 쇠답에 내려 앉으셨나,

긴 젓가락 같은 부리로

쿡쿡 말은 젯밥 쪼아 먹듯

무논에 살짝 입매하고

허ㅡ이 어ㅡ이

첨작하고 날 새도록 꿇어앉은 탕진한 외독자

여뀌  풀 뒤에 납작 엎드려

눈 치뜬 천출이

쇠비름 풀들 한번 휘 굽어보시네

 

 

2

 

보나마나

만날 해진 살림이나 기우던

이름뿐인 숙부인은

또 캄캄한 한 생을 빨아 헹궈낸

저 희디 흰 단벌의 정신

빳빳이 풀 먹여 속곳까지

다듬이질로 꼼꼼히 단속하여

새벽길  배웅했으리

 

서방님 서방님

한 철 멀리 떠나

다른 살림 살고 오신대도

여전히 한 빛으로 돌아오시는 해오라비

귀한, 우리 서방님

 

 

 

 

 

 

 

*밥그릇 경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