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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널면서 [신현정] 본문
줄 길게 해서 바지랑대를 세우고
수도가에 퍼질러 앉아 빨래를 하다
그렇지 바지랑대만은 내 사는 곳 어디든지
혹 하늘로 가더라도 어깨에 올려 메고 갈 것인즉
거기서도 긴 줄 해서 제비 앉게 하고
잠자리 앉게 하고
어머나 벌써 하나님도 앉아 계시나
빨래 비틀어 짜서는 양손에 들고 탈탈 털어서는
바지든 런닝구든 아래가 위로 되게 거꾸로 매달리게 하는 것도
별난 취미다
금강(金剛)처럼 바싹 마르고 또 펄럭이기까지 하여라
흔들고 밟고 북북 문지르며 닦달을 낸 게 언제인데
빨래 널고는
금세 빨래에게 말 걸고 싶어지니.
바보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