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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빨래를 널면서 [신현정]

초록느낌 2009. 11. 19. 17:10

 

 

 

 

줄 길게 해서 바지랑대를 세우고

 

수도가에 퍼질러 앉아 빨래를 하다

 

그렇지 바지랑대만은 내 사는 곳 어디든지

 

혹 하늘로 가더라도 어깨에 올려 메고 갈 것인즉

 

거기서도 긴 줄 해서 제비 앉게 하고

 

잠자리 앉게 하고

 

어머나 벌써 하나님도 앉아 계시나

 

빨래 비틀어 짜서는 양손에 들고 탈탈 털어서는

 

바지든 런닝구든 아래가 위로 되게 거꾸로 매달리게 하는 것도

 

별난 취미다

 

금강(金剛)처럼 바싹 마르고 또 펄럭이기까지 하여라

 

흔들고 밟고 북북 문지르며 닦달을 낸 게 언제인데

 

빨래 널고는

 

금세 빨래에게 말 걸고 싶어지니.

 

 

 

 

 

 

 

 

바보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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