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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그려진 그림책 [김남호] 본문
그 그림책을 펼치면 배가 고프고
채워질 것 같지 않은 허기가 첫 페이지부터 몰려오고
몰려오는 허기 중 앞쪽의 싱싱한 허기부터 잘라먹고
잘라먹다 보면 토막토막 잘려진 철길이 줄지어오고
아무리 둘러봐도 주저앉아 쉴 만한 그늘은 보이지 않고
철길은 상한 엿가락처럼 시커멓게 휘어져 있고
어머니는 팥죽 같은 땀을 흘리며 터널 쪽으로 달려가고
터널이 어머니를 허겁지겁 허겁지겁 삼키고 있고
비지땀을 흘리며 꿀꺽, 삼키고 있고
어머니가 이고 있던 목화솜 보따리만 뭉게구름처럼 떠 있고
솜을 타야 하는데, 저걸 타야 누나가 시집가는데
열차바퀴가 솜을 타고 있고
칙칙푹푹 칙칙푹푹 기차가 누나를 걸터타고 있고
누나는 돌아앉아 울고 있고...죽어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야, 나는 돌멩이를 집어 들고 터널로 달려가고
기차는 누나를 싣고 저만치 가고 있고
비켜라 얘야, 철길은 위험하단다!
어머니는 기관차를 몰고 캄캄하게 달려가고
거기는 길이 아니에요, 거기는 가려던 길이 아니에요
거기는 누나를 데리고 가려던 길이 아니예요, 어머니
아니다, 여자 길은 가는 길이 가려던 길이란다
너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거라, 얘야
왔던 길은 이미 기차가 싣고 가버렸고
길이 있던 자리에는 찢겨진 구름이 흩어져 있고
먹다버린 흙 묻은 구름이 흩어져 있고
나는 구름을 한 점 한 점 아껴먹으며 집으로 가고 있고
누나도 없는 빈집으로 가고 있고
배고픈 그림책을 혼자 펼치고
김남호시집/링 위의 돼지/ 천년의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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