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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킥킥, 유채꽃 [고영]

초록느낌 2009. 7. 25. 17:16

 

 

 

 

열여덟 이른 나이에 사내를 알아버린 누이는 툭하면 집을 나가기가 일쑤였다

 

바람난 딸년을 집구석에 들여앉히기 위해 아버지는 누이의 머리끄덩이에  석유를 붓고 불을 싸질렀다

 

머리에 꽃불을 이고, 미친년처럼 온 들판을 뛰어다니던 누이를 누렁개들이 좋아라 쫓아다녔다

 

그 몰골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나는 그만 킥킥,

 

봄날이 가기 전에 누이는 결국 시집을 갔지만 배부른 신부를 보고 나는 또 그만 킥킥,

 

누이가 떠난 후 들판에 핀 유채꽃에서 진한 석유냄새가 났다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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