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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잎사귀 [고영] 본문

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칼날 잎사귀 [고영]

초록느낌 2009. 7. 9. 15:59

 

 

 

 

 

누구에겐가 버려진

대롱만 남은 개운죽을 주워다

꽃병에 꽂아두었다

 

물에 잠긴 빈 대롱에서

하얀 실뿌리가 나기 시작했다

 

물 밖 대롱 마디에서

잎사귀가 돋아났다

칼이 돋아났다

 

칼날 잎사귀가 꽃병을 찌른다

책 속의 장자莊子를 찌르고

내 머릿속을 찌르고

급기야

제 그림자마저 찌른다

 

저 발광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한 번 버려진 건

언제고 다시 버려진다!

 

칼집 대롱만 남기고

칼날 잎사귀를 자른다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문학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