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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그때 그 일을 오빠는 알고 있을까 [오양심]

초록느낌 2009. 7. 8. 16:35

 

 

 

온통 바람이었던 유년의 어느 날이었다

바람을 잡으러 들판을 뛰어다녔다

바람은 쉽게 잡혀지지 않았다

나는 바람을 쫓아다니다가

바람개비를 만들어 힘껏 달렸다

그때서야 겨우 바람이 잡혔다

바람개비를 돌리며 바람을 불러들였다

걷잡을 수 없는 바람이 코로 들어왔다

갑자기 숨이 턱까지 차올라서

그대로 풀밭에 누워 버렸다

향긋한 풀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풀잎이 흔들리고 나뭇가지가 흔들리고

세상이 흔들릴 때

손끝에 잡히는 뭉클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보송보송한 털복숭아 같기도 하고

막 삶은 뜨뜻한 감자 같기도 하고

찐득찐득한 찰떡 같다고 느낀 찰나

화들짝 놀라 잠을 깬 내 손끝이

새가슴처럼 팔딱이며

조심조심 이불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나는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머리에서 삑삑 풀피리 소리가 났다

보고 있던 문풍지가 나 대신 떨면서 말을 해 주었다

거시기에

고사리 손을 끌어다 댄 것밖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네 오빠는 지금 사춘기라고

 

 

 

 

 

*뻔득재 더굿/서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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