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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고영] 본문

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코스모스 [고영]

초록느낌 2009. 7. 8. 15:57

 

 

 

 

 

억지로 등 떠밀려

엉거주춤 길 나서는 고향집 앞

 

몇 올 남은

물 빠진 꽃잎마저 다 떼어주고

앙상한 손 흔드는

외줄 꽃대

 

어여 가, 어여!

 

무거운 발길 보채면서도

행여 소식 끊길까

어머닌 연신 손을 귀에 대고

전화 받는 시늉을 한다

 

자꾸만

뒤돌아보는

아련히

먼 꽃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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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비가 한차례 요란하게 지나간 하늘에는  얄밉게 뭉게구름 피어 올랐다.

비 때문에 미루어 둔 장외 볼일을 보려고^^

텅텅거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모처럼의 시내를 나가는 길..

어제 내린 비에 더욱 싱싱해진 벼이삭들.

밤사이 성큼 커버린 옥수숫대 사이로

저마다 나름의 이름을 가지고 곡식들은 다투어 자라기 시작했다.

장마철 가끔씩 나타나는 태양을  다투어 차지하듯이.

시골집 담벼락을 타고 오르는 푸르디 푸른 담쟁이 덩쿨 사이로

축 늘어져 떨어지는  능소화 넝쿨들이  어울려 키 큰 접시꽃 당신은

허락도 없이 남의 집 안을 엿보는데,

행여나 질세라 나팔꽃도, 메꽃도 따라서 올라가고.

정겨움이 넘치는 시골길의 풍경을 지나~~~

시내로 들어서는 모퉁이 작은 들판에 벌써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서

가느다란 몸을 재고 있었다.

가을과 코스모스가 어울릴거라 누가 말했는가.

한여름 뙤약볕에도 잘 자라는 이 여름의 코스모스가  강인함을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계절보다 앞서가는,

다투어 피는 계절을 잊은,

그대 이름은

코스모스뿐 아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