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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의문부호를 줍는 노인 [이덕규]

초록느낌 2009. 6. 25. 15:01

 

 

 

 

무르고 연약한 곳에 깊숙히

대못들을 쳐대서

뻐근한 통증으로 평생 꼼짝 못하고

엉거주춤 버틴 구조물들

 

 

부실한 몸일수록

곳곳에 박힌 느낌표가 촘촘하다

 

 

낡은 목조건물 철거현장에서

물음표처럼 구부러져 뒹구는 못을

열심히 줍고 있는,

몸이 구부정한 노인이

가끔 허리를 펴고

아픈 등을 두드릴 때마다

 

 

가슴 복판에서

끝이 뾰족하고

곧은, 세 치 못들이 촤르륵 쏟아진다

 

 

 

 

 

 

 

 

 

 

*밥그릇 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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