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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랑리 시편 [이덕규] 본문
서낭 모퉁이가 헐려 나가고 길이 났다
그래서 그랬던가, 풀방구리처럼 드나들던 도회지 사람들에게 헐값에 팔아넘긴 전답이
경지임야가 무슨 꿍꿍이속으로 그렇게 바싹 달궈졌다가 해가 바뀌면서
몇 배로 부풀어 오르며 튀밥처럼 튀겨졌다
그 바람에 포크레인이 할퀸 산허리마다 벌겋게 핏발이 서고
여름날 속수무책으로 흘러내리는 황톳물이 봇도랑을 적시며 흘렀다
도무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생때같은 젊은이들이 흙 묻은 장화발로 때 전 주막 목로에 앉아
됫병 막소주를 양은 양재기로 들이붓더니
한 해에 또래 장정 넷이 벼락 맞은 고목처럼 쓰러지고
그 후로도 물꼬 보러 가다가 혹은 늦은 마실 길에 대형 덤프트럭에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마지막 일소 부리던 꺽다리 임 씨와 쟁기목수 박 씨,
상두꾼이 모자라 나이 든 어른들이 맥 빠진 다리로 부르르 떨며 일어섰다
자식 없던 잔다리댁이 떠났고 남은 과부들이
땀에 찌든 몸뻬들을 벗어 던지고 청바지 차림으로 가볍게 가볍게 새로 들어선 공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윽고 밤마다 동네 어른들 꿈속이 어지럽다는 그 허물어진 서낭 앞에 굿판이 벌어지고
신장대가 노여움의 절정에서 흔들릴 때
무당 몸을 빌려 온 혼백들이 주절이주절이 외는 주문들,
진수성찬 필요없다, 곳곳에서 비명횡사한 귀신들
다투듯 내 머리 내놔라 내 허리 내놔라 내 팔다리 내놔라 하고
그 옛날 처음 이 고장에 자리잡은 터줏대감 불러내어 오로지 내 땅만 다시 내놓으라 하는데,
밤새도록 황구지천 비릿한 안개가 사설처럼 뒷산을 휘휘 감아 도는 밤
변변한 족보도 혈통도 없는 색색의 꼬마 알전구들이 껌벅이며 유혹하는 지방도 변으로
줄지어 늘어선 가든이며 주유소며 러브호텔 넓은 주차장 마당가에는
변두리로 밀리고 밀리어 발붙일 두어 평 자투리땅을 찾아 핀 질경이 꽃들이,
아직 여물지 않은 겉보리알 같은 그 질경이 꽃들이
더 이상 한 치의 땅도 내줄 수 없다는 듯 초병처럼 빛나게 눈알을 굴리고 있다
*밥그릇 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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