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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이덕규] 본문

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논두렁 [이덕규]

초록느낌 2009. 6. 22. 15:20

 

 

 

 

찰방찰방 물을 넣고

간들간들 어린 모를 넣고 바글바글 올챙이 우렁이 소금쟁이 물거미 미꾸라지 풀뱀을 넣고

온갖 잡초를 넣고 푸드덕, 물닭이며 논병아리며 뜸부기 알을 넣고

햇빛과 바람도 열댓 머씩 너울너울 끊어 넣고

무뚝뚝이 아버지를 넣고 올망졸망 온 동네 어른 아이 모다 복닥복닥 말어 넣고

 

첨벙첨벙 휘휘 저어서 마시면,

 

맨당에 절하듯

누대에 걸쳐 넙죽넙죽 무릎 꿇고 낮게 엎드린 생각들 길게 이어 붙인

저 순하게 굽은 등짝에 걸터앉아

미끈유월, 그 물텀벙이 한 대접씩 후르륵 뚝딱 들이켜면

허옇게 부르튼 맨발들 갈퀴손가락들 건더기째 꿀떡꿀떡 넘어가겠다

 

 

 

 

 

*밥그릇 경전

 

 

 

찰방찰방, 간들간들, 바글바글, 푸드덕,너울너울, 올망졸망,

복닥복닥,첨벙첨벙, 휘휘, 넙죽넙죽, 후르륵, 뚝딱, 꿀떡꿀떡~

논두렁에서 나는 소리가 정겹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