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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저물녘에 중얼거리다 - 이문재

초록느낌 2010. 10. 10. 00:41

 

 

 

 

 

 

 

 

 

우체국이 사라지면 사랑은

없어질 거야. 아마 이런 저물녘에

무관심해지다보면, 눈물의 그 집도

무너져버릴 거야. 사람들이

그리움이라고, 저마다, 무시로

숨어드는, 텅 빈 저푸르름의 시간

봄날, 오랫동안 잊고 있던 주소가

갑자기 떠오를 때처럼, 뻐꾸기 울음에

새파랗게 뜯기곤 하던 산들이

불켜지는 집들을 사타구니에 안는다고

중얼거린다. 봄밤

쓸쓸한도 이렇게 더워지는데

편지로, 그 주소로 내야할 길

드물다, 아니 사라만 진다

노을빛이 우체통을 오래 문지른다고

안의 소식들 따뜻할 것이었다.

 

 

 

 

 

 

 

 

-시집/ 풀잎은 공중에 글을 쓴다/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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