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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열매를 따는 여자 - 박형준 본문
보드라운 한숨을 싣고 구름이 날아갔다
그녀의 청동 이마가 둥그래지며 넓어질 때
비가 내리고 구름의 바퀴들이 걸린
나뭇가지마다 지나온 세월의 옷가지가 한줌의
미풍과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비가 내렸다
보리수 열매를 따러 가는 외할머니를 따라
언덕을 올라올 때, 비 그친 짙은 음영 속에서
잠깐씩 비치는 햇빛에 떠다니는 구름처럼
보리수가 하얗게 흔들렸다
느림의 전율로 떠다니는 구름들은 모두가
커다란 날개처럼 잎을 이루고 있는 듯했고
그 희디흰 날개들이 펄럭일 때마다 상처가 생겨나듯,
보리수는 시월의 숲길에서 붉은 열매를 달고
한없이 웅크린 자세로 어둠을 끌어안고 있었다
보리수 열매를 따는 외할머니는
가끔씩 손을 활짝 펴 내가 딴 것들을 받아 입에 넣으며
나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눈동자 속
세월의 둥근 청동 이끼가 흘러나오며
시월의 햇살을 닮은 보리수 잎들을 한없이 하늘로 밀어 올려주었다
눈이 시려,
나는 눈을 감았다
보드라운 한숨을 싣고
구름이 날아갔다
그녀의 청동 이마가 둥그래지며 넓어질 때
비가 내렸고, 구름의 바퀴들이 걸린 나뭇가지마다
지나온 세월의 옷가지가 한줌의 미풍와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비가 내렸다 외할머니가 죽었다 이십대의 마지막이었다
내 인생의 느림이 사라졌다
눈을 떴을 때,
나는 날개 때문에 상처를 받기 시작했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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