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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를 들고 출근하는 남자 - 박형준 본문

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의자를 들고 출근하는 남자 - 박형준

초록느낌 2010. 9. 18. 20:52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 거리주차장 요금징수원 정씨, 거리에 의자 하나로 사무실을 차려놓고 있다. 햇빛 쪽으로 놓여 있는 의자는 몹시 탈색되어 있다. 붉은색이 주황색으로 변해 있다. 다 시들어가는 추석 무렵의 백일홍 색깔이다. 그의 옷은 파랑색이다. 그 거리에 플라타너스가 다 가지치기를 해서 면봉 같다. 그런 플라타너스만 있어서 그늘도 들지 않는다. 몸뚱어리 하나 정도는 가릴 수 있지만, 바람은 불지 않는 그늘이다. 앞으로 길이 뻥 뚫려 있는데, 주로 여의도 광화문으로 출근하는 쌜러리맨이 다닌다.

 

  그들은 의자를 타러 가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생을 주차시킬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해

  건물 안으로 도망친 사람들이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