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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공간
먼지의 얼굴이 만져지는 밤 / 김지녀 본문
잠깐 떠돌다 온 얼굴이라 생각했다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바닥에 놓인 징검다리, 하나씩 건너가면
나는 안과 밖을 지우는 자
멀리 갈수록 모든 사물은 흑백으로 명백하게
내 앞에서 한순간에 늙어 버린 그림자들
이곳에서 나는 자주 실족했다 낮인지 밤인지 알수 없던 날에
누군가의 실종 소식을 들었고
액자 속에서 수백년 동안 웃고 있을 얼굴을 떠올렸지만
가장 부드러운 붓으로 털어도 그 얼굴에서 떨어지는 살비듬은
내가 걸어 보지 못한 대륙의 바위이거나 나무뿌리일 것이다, 만져 보면
흑발(黑髮)과 흑안(黑眼)을 가진 사람들
느닷없이 마주치고 그때마다 나는 어두워지고 또 어두워져서
주문을 외는 순간에
단단한 바닥이 검은 입술을 열었다 닫는다
땅속으로 사라진 그림자들이 무성영화의 배우들처럼
고요를 데리고 와 내 앞에서 노래하는 것을 들으며
나는 땅의 뜨거운 입김을 느낀다, 그 사이
밖에서 잎을 떨고 있는 저 나무 아래 고인
물속 하늘에서 몇 개의 발자국이 담겼다 사라졌다
나는 가벼운 돌 하나를 더 내려놓으며
더욱 깊어지는 바닥을 다 건너지 못하고
가라앉아 간다 눈길 닿지 않는 곳에서 얼룩진 얼굴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리 없이
안과 밖을 지우는 비가 오는 밤,
기도(氣道)를 타고 내 안으로 천천히
시소의 감정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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