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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세 바퀴 뒤로 세 바퀴 / 김지녀 본문

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앞으로 세 바퀴 뒤로 세 바퀴 / 김지녀

초록느낌 2010. 4. 12. 17:25

 

 

 

 

그 길로 쭉 오세요

가다가 네거리가 나오면 왼쪽으로 방향을 꺾으세요

그리고 세 바퀴를 도세요

이곳에 오기 위해선 몸을 둥글게 말아야 합니다 고슴도치처럼

단단한 가시가 있다면 그 가시로 이나 쑤시세요

그 길로 쭉 갔나요?

세 바퀴는 돌았나요?

어지럽다고 생각되면 다시 뒤로 세 바퀴를 도세요

거기서 뭐가 보이나요?

아마 지금쯤 당신은 소란한 가로수들 사이에서

난폭하고 즉흥적인 사내와 마주칠지 모릅니다

사내의 반대 방향으로 달리세요 아니,

사내의 품 안으로 달리세요

엄마를 크게 부르세요

엄마, 하고 아이가 뛰어올지 몰라요

다리가 아프면 푹신한 보도블록 위에 주저앉아

분홍 솜사탕 먹는 상상을 하세요

누군가 뒤통수를 내리칠 때까지

혹시 그사이

이곳을 지나갔는지 물어보세요

서른, 당신과 닮은 사람들이 당신 옆을 지나가고 있으니까

물어보세요

여기가 어디죠?

 

 

 

 

 

 

 

-시소의 감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