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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천년 동안, 그늘 /김지녀

초록느낌 2010. 4. 20. 18:42

 

 

 

 

 

바람이 흔드는 그늘, 안에서

나는 날마다 자라는 손톱을 씹으며

십 년 전부터

자라지 않는 키에 대해 생각 중이야

 

당신들은

천 년의 나무를 보고

사진을 찍고

싸움을 하고

시간의 구멍

그것을 메운 시멘트에 대해 얘기하지

 

나무뿌리처럼 박혀

나는 땅바닥에서 자라고 있는 그림자에 대해

돌멩이보다 단단하게

피고 지는 시간의 그늘에 대해 생각하지

 

연못 속으로, 사풋

동전이 가라앉는 동안

당신들은

물들어 가는 잎이었다가 구름이었다가

서로의 자녁이 되고

 

등 돌리며

손 흔들며

나는 인사를 하는 중이야

점점 어두워지는 중이야

천 년 동안의 그늘, 안에서

 

 

 

 

 

 

 

 

시소의 감정/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