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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마당질 빗자루질 - 신현정

초록느낌 2009. 12. 11. 16:08

 

 

 

 

 

 

집에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마당이 내게 있는데

 

빗자루질 이거 매일 해대기도 귀찮군 괜찮군, 빗자루질

 

땅을 뽀송뽀송하게

 

연두가 나오게

 

초록이 나오게

 

분홍이 나오게

 

순결한 녹음이 나오게

 

매미가 나오게

 

하늘도 쓸까

 

거울 되게

 

그러다가 하나님 나오면 어쩌려고

 

아서라 하나님 나오면 이 빗자루질 정말 귀찮아지겠지

 

 

 

 

 

 

-바보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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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아버지께서는  늘 아침미다 고운 싸릿비로 마당을 쓸고 계셨지요.

봄바람에 잠깐 마실나온 낯설은 손님들을 쓸어내고

여름밤  밤새지친 이슬비를 햇님과 함께 퐁퐁 쓸고

가을엔 고운 흙들위에 밤새 뒹굴었던 낙엽들도 싹싹 쓸고

겨울에는 하얗게 내린 싸락눈도  팍팍 쓸어내고

그렇게 제철마다 추억이 모락모락 묻어나는 정겨운 우리집 마당이었지요.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편안함을 추구하는 덕분인가요.

어느날 집에 가보니 콘크리트로 단장을 하고서

그 빤질한 얼굴로 맞아주었답니다.

 

아버지의 손때묻은 싸리비가 그리워질쯤이면

싸리비대신 수수이삭으로 엮은 작은 비를 들고 나와

콘크리트 마당 구석구석을 할일없이  쓸어냈던

기억도 나지요.

 

지금도 그 마당은 그 자리에 있어

아버지의 고운 싸리비질을 그리워하고 있을테지요.

그 위에 하얀 눈이 내리면 자랑삼아 비질을 ,

아니 삽질을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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