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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六角)의 방 [나희덕] 본문

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육각(六角)의 방 [나희덕]

초록느낌 2009. 8. 14. 22:08

 

 

 

이 방 속에

나는 덜 익은 꿀처럼 담겨 있다

문이 열리면 후루룩 흘러내릴 것처럼

 

이 방 옆에

또다른 방들이 붙어 있다는 게 마음이 놓인다

켜켜이 쌓인  六角의 방들을

고통이 들락거리며 매만지고 간다

 

이 방은

군집할 수 있는 최적의 각도와

고립할 수 있는 최적의 넓이를 지녔다

 

내 어깨를 쏘았던 말벌은

침을 잃었고 나는

침을 삼키고 오래 앉아 있다

 

땅 위에 으깨진 말벌집,

검은 물결무늬를 지닌 한 세계가 출렁거리고

六角의  방에서

애벌레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한다

 

꿀은 아직 익지 않았다

 

 

 

 

 

 

야생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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