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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역사에 대하여-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초록느낌 2012. 1. 19. 01:20

 

 

 

역사에 대하여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1

삼월 어느 날 바다로 내려가 귀 기울인다.

얼음이 하늘처럼 푸르다. 태양 아래 부서지고 있다.

태양이 얼음 밑의 마이크에 대고 속삭인다.

거품이 일고 부글부글 들끓는다. 멀리서 시트를 잡아채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이 모든 것이 '역사'와 같다. 우리들의 '지금' . 우리들은 그 속으로 내려가 귀 기울인다.

 

2

회담들은 불안하게 날아다니는 섬들.

나중엔, 타협의 기나긴 흔들리는 다리.

모든 차량이 그 다리 위를 지나간다, 별들 아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의 창백한 얼굴들 아래,

쌀알처럼 이름 없이 텅 빈 공간에 내동댕이쳐진 얼굴들 아래.

 

3

1926년, 괴테는 지드로 변장하고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모든 것을 보았다.

어떤 얼굴들은 사후에 본 것으로 하여 더욱 분명해진다.

알제리 소식이 나날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때

큰 저택 한 채가 보이고, 저택의 창들은 하나만 빼고

모두 검었다. 그 창에서 우리는 드레퓌스의 얼굴을 보았다.

 

4

급진파 반동은 불행한 결혼 속에 동거한다.

서로를 갉아먹으면서, 서로에게 기대면서.

하지만 그 자식들인 우리는 우리들 자신의 길을 찾아가야만 한다.

모든 문제는 자신의 언어로 소리치는 법!

진실의 흔적을 따라 탐정처럼 길을 가라.

 

5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공터에

신문지 몇 장이 몇 달째 누워 있다. 사건을 가득 담고.

빗속 햇빛 속에 밤이나 낮이나 신문은 그곳에서 늙어간다.

식물이 되어가는 중이고, 배추 머리가 되어가는 중이고, 땅과 하나 되어가는 중이다.

옛 기억이 서서히 당신 자신이 되듯.

 

 

 

 

 

 

 

 

 

시집/기억이나를 본다/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