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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살무늬토기를 생각하다 - 최금진 본문
빗살무늬토기를 생각하다
- 최금진
아무도 몰랐지만 철거민들은 빗살무늬토기를 빚고 있었다
페인트로 붉은 가위표가 칠해진 하늘에
가파른 빗금을 그으며 유성들이 떨어졌고
임신한 여자들 뱃속엔 뾰족한 고대의 토기 파편이 자라고 있었다
단도로 몸에 칼금을 넣은 전사들처럼
손에 잡히지도 않는 일을 마치고 돌아온 가장들의 담뱃불에선
알 수 없는 쾌감이 일기도 하였다
'전쟁'이라는 말에 붉은 끈들이 질끈 동여매어져 있었고
입을 다물면 석유와 시너 냄새가 울컥 올라왔다
깨뜨리면 그대로 깨어지고 말 얼굴들이었다
동굴 같은 반지하 셋방을 나와 골목을 돌다 보면
사람도 개도 아닌 늙은이들이
두꺼운 털옷을 몇겹씩 껴입고
두려운 얼굴로 젊은이들이 빚는 토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간절히 깨져버리고 싶은 욕망을 견디며 삼한사온의 겨울이 가고 있었다
동네를 떠나는 사람들이 탈탈 긁어 보여준 보상금은
탄화된 볍씨 몇개였다
몽둥이나 돌멩이 같은 가장 원시적인 도구들이 무기로 사용되어도
괜찮을까요, 구청과 경찰과 용역회사는 빙그레 웃었다
값도 안 나가는 골동품의 가치를 따질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오직 부서지기 위해, 박살나기 위해
쓸모없는 질그릇 몇개가 옹기종기 양지바른 곳에 놓여 있었다
그것이 흙덩이인지, 사람인지, 토우인지 전혀 구별이 되지 않았다고
처음 불을 던졌던 사람은 그렇게 생각한 듯했다
유력한 한 정치가는
TV에 나와 헛기침을 하며 자꾸 손으로 입을 가렸다
불구덩이에 앉아 방화로 추정되는 불을 끝내 견뎌야 했던 사람들 몸엔
함부로 빗살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채찍자국이었다, 그것이 자신에게 가한 것이었든 신의 징벌이었던
그해 겨울, 깨진 질그릇 조각들이 밤하늘 가득 별로 떴고
그것을 만든 자가 비록 옹기장이였다 해도
옹기를 깨뜨리는 것은 월권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한 원시부족의 일이지만 말이다
시집/ 황금을 찾아서/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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