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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친구 - 김영남 본문
함부로 터뜨리는 불평 아닐지라도 금요일 밤 네 건네는 잔은 버드나무집 아줌마다. 인사 없이 허락 없이 내 손잡고 아누무렇게나 강요한다.
목요일 낮부터 건네는 네 술은 가을 하늘이다. 내 청명한 정신 일찍부터 휘청거리게 하고 내 앞 서성이는 것들의 높이와 깊이를 추구하게 한다. 아가씨들 다리는 왜 술을 닮았는가, 또각또각 그 구두 소리 왜 잔에 따라지지 않는가, 이런 식이 아닌 여기 창밖 뜰은 왜 진도 쌍계사 국화밭을 존경하지 않는가, 여기 안주는 왜 운림산방 이장 집 동생이 부쳐주는 전만큼 아슬하게 매달린 홍시가 없는가 하는 궁금증으로 가을 하늘 아래를 방황하게 한다.
너는 금요일부터 가고 나는 토요일에야 가지만 주중 내내 방황하다 영원히 가버린 사람을 생각한다. 그는 호프집과 담배 연기와 음악을 사랑하다 갔지만 흐려지는 의식을 일으키고 허물어진 담을 쌓는 말을 남겼다. 네가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너는 그가 남긴 시간대를 배경으로 너이고 내 친구이다. 친구는 그만큼 가버린 친구가 진실하고 소중한 술친구인 것이다.
목요일 낮부터 토요일 밤까지, 넌 그토록 많은 술을 건넸지만 한 잔도 건네지 않은 모습으로도 내 앞을 지나 밖으로 나간다. 그리하여 네가 건네는 술은 빈 잔이다. 빈 잔이 아니더라도 중금속 든 잔이다. 우리 집을 망가뜨리고 나를 멍들게 한다. 그걸 알아챈 후 나는 버드나무집을 거절한다. 너에 밑줄 친 달력을 거절한다. 일주일 내내 거절한다. 그러다가 결국, 내가 먼저 빈 잔이 되어 나의 거절도 거절해버린다. 가버린 친구와 더불어 남아 있는 친구가, 강력한 거절도 거절하기 좋은 술친구이기 때문이다.
시집/ 가을 파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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