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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포옹 - 김영남 본문
익숙한 포옹 끌어와 살펴본다
익숙한 포옹은 낯선 포옹 끌어안고 둥글게 숨고
그 포옹에 넌 나쁜 놈이야 하는 말로 가득 차 있고
거기 한번 들어가본다
안에
어제 퇴근한 사무실, 아침에 들른 아이들 방
이들이 모두 있다
평소처럼 자기 일에 몰두하며
알은체해도 쳐다보지 않는다
저희들끼리만 웃고 말하며 나를 외면한다
아무리 너희 팀원이야 네 아버지야 해도 소용없다
여기에서 난 잠시 의식을 잃는다
어디론가 실려가 실컷 두들겨 맞고 내동댕이쳐진다
눈떠보니
누가 어루만지고 있다
한계령 안개가
산 정상에서부터 바위, 넝쿨, 전망대에 선 내 옆구리까지 어루만져주고 있다
안개가
내 사무실 팀원이고 우리집 아버지였다
그동안 난
누구도 제대로 덮어주고 껴안아준 적 없었다
계곡 민박 개집까지 안개가 내려가고 있다
시집/ 가을 파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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