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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거대한 포옹 - 김영남

초록느낌 2011. 10. 19. 15:36

 

 

 

 

익숙한 포옹 끌어와 살펴본다

익숙한 포옹은 낯선 포옹 끌어안고 둥글게 숨고

그 포옹에 넌 나쁜 놈이야 하는 말로 가득 차 있고

 

거기 한번 들어가본다

안에

어제 퇴근한 사무실, 아침에 들른 아이들 방

이들이 모두 있다

평소처럼 자기 일에 몰두하며

알은체해도 쳐다보지 않는다

저희들끼리만 웃고 말하며 나를 외면한다

아무리 너희 팀원이야 네 아버지야 해도 소용없다

 

여기에서 난 잠시 의식을 잃는다

어디론가 실려가 실컷 두들겨 맞고 내동댕이쳐진다

눈떠보니

누가 어루만지고 있다

한계령 안개가

산 정상에서부터 바위, 넝쿨, 전망대에 선 내 옆구리까지 어루만져주고 있다

 

안개가

내 사무실 팀원이고 우리집 아버지였다

그동안 난

누구도 제대로 덮어주고 껴안아준 적 없었다

 

계곡 민박 개집까지 안개가 내려가고 있다

 

 

 

 

 

 

시집/ 가을 파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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