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Tags
- 곽재구
- 흔들리며 사랑하며 / 이정하
-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 안 도 현
- 갈대 존재의 이유
- 이해인
- 태양의 잎사귀들 - 최정례
- 흔들리며 사랑하며 / 이 정 하
- 효과적인 시간 활용팁
- 커피/윤보영
- 희망에 바치는 송가 / 파블로 네루다
- 희망에게 / 이해인
- 풍접초 / 강은령
- 도종환
- 첫사랑 / 류시화
- 폭풍 /정호승
- 편지 / 문정희
- 시사랑
- 하늘/김춘수
- 행복을 적는 노트 /윤보영
-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 / 용혜원
- 초록꽃나무
- 하얀눈위로그렸던안녕이라는두글자/이민숙
- 함께 걸어줄 당신이 그리운날에.../ 김수현
- 편지지와 편지봉투 / 오규원
- 하품하는 책 / 유홍준
- 김윤자
- 한가위 / 최광림
- 훈민정음의 우수성
- 효과적인 공부 방법
- 추억이라는 말에서는 /이향아
Archives
- Today
- Total
열린 공간
금빛 하늘 / 도종환 본문
금빛 하늘
하루치의 노동을 끝내고 서쪽을 향해 가던 신들이
고개를 돌려 아침에 떠나온 곳을 돌아보는 동안
솟대 끝에 앉은 나무새들도 그 모습을 바라보다
엉덩이 쪽을 꼼지락 거린다
빛이 숲을 주재하던 시대는 곧 잊히고
다시 어둠이 올 것이다
주류와 자주 불화하던 나도
나무기러기가 보고 있던 금빛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 안에 각자 자기 영토를 세운 부족들과
어떤 시간은 충돌하고 어떤 영역에선 휴전하면서
오늘도 하루치의 벌판을 지나왔다
내가 그러건 말건 말벌들은 열심히 집을 지었고
무쇠로 된 바퀴를 가진 것들은 제 궤도를 돌았다
여름에 거두지 않은 열매들은 혼자 익다가
얼굴을 붉히며 돌아가고
가을이 오기 전에 어떤 잎은 몸을 버리고
어떤 녹색의 관엽들은 상처를 안은 채 몸을 비틀었다
우리끼리 주고받은 상처가 많아서
잘 치유되지 않는 날이 더 아팠다
나도 비주류에서도 다시 이류가 될 줄은 몰랐다
이제 강을 사이에 둔 내 안의 여러 부족들 중
한 무리가 모든 영토를 점령하고 쓸어버려야 한다는
집념을 버려야겠다
경계가 있어서 긴장도 있고
피톨들도 팽팽해지곤 할 것이다
길이 내 앞에서 몸을 틀어 꼬리를 흔들며 사라지는 걸
망연히 바라보아야 하는 날도 있었으나
언젠가는 다시 그 길과 조우하는 날이 올 것이다
신들이 마시다 남기고 간 하늘의 포도주를 마시며
나도 그들이 바라보던 쪽을 오래 쳐다보고 있다
'문학의 즐거움 > 시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물몇살의 겨울 / 도종환 (0) | 2011.08.24 |
---|---|
황홀한 결별 / 도종환 (0) | 2011.08.24 |
환절기 / 도종환 (0) | 2011.08.17 |
한 송이 꽃 / 도종환 (0) | 2011.08.16 |
늦은 꽃 / 도종환 (0) | 2011.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