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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에게 물어봐/전문가 칼럼

[시론] '100% 영어강의' 계속돼야

초록느낌 2011. 4. 29. 18:45

[시론] '100% 영어강의' 계속돼야

 

선행학습 통한 자율참여 바람직

대학평가 위한 일방적 강요 안돼


최근의 KAIST 사태와 관련해 서남표식 교육개혁이 호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100% 영어강의'이다. 이에 대한 주된 반론은 '교수들이 영어의 제약 때문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학생 또한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교수들이 완벽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되고,학생들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100% 영어강의'는 할 수가 없다. 즉 한국 대학에서는 불가능한 명제가 된다.

영어권에 유학을 가도 요즘은 외국출신 교수들이 많아서 영어로 충분히 설명 못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울산과기대는 이미 2009년 개교 때부터 국내 처음으로 전과목 '100% 영어강의'를 해오고 있다. "학생들이 영어강의를 부담스러워 하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대해선 "부담스러워 하지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못 한다면 유학은 어떻게 가는가요?"라고 반문한다. 한국어로 공부하는 것보다는 상당히 어렵지만 유학 가는 경우에 비하면 쉽다.

공부란 강의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수업시간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책이나 노트를 읽고 교수나 조교에게서 도움을 받거나 혹은 동료학생들이 학습그룹을 만들어 상호 협력할 수 있다. 유학생들은 첫 학기에 제일 힘든 시간을 보낸다. 왜냐하면 강의를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학기를 마치고 성적표를 받아 보면 생각 외로 성적이 괜찮은 것을 보고 자신감이 서서히 생긴다. 영어강의에 대한 이해력이 한 학기 만에 급상승한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는 방법을 터득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하다 보면 영어 실력도 어느새 부쩍 발전했음을 깨닫게 된다. 대학에서 사용하는 영어도 반복적인 것들이 많아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한 학생이 찾아와 "저는 겨우 60% 정도 강의를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라고 미안한 듯이 말했다. "그래? 그 정도면 아주 잘하는 것이다. 내가 유학갈 때는 반도 이해 못했다. 하지만 결국엔 박사학위 받고 교수가 될 수 있었다"며 격려해 주었다. 1년 후 그 학생이 기쁜 모습으로 "이제는 약 70~80% 정도가 이해됩니다"라고 말했다.

영어강의를 하는 게 대학평가에 포함된 '국제화지수' 때문이라는 울며 겨자먹기 식의 타율적 이유여서는 안된다. 교수와 학생들이 글로벌 경쟁력에 대한 비전을 공유해 자율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리더십과 이를 뒷받침할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시행전략이 필요하다. 교내 전산시스템에 있는 학습관리프로그램을 이용해 학생들이 선행학습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수업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어는 이제 외국어라기보다는 글로벌 비즈니스와 교육에서는 공용어가 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이 예전 같이 비싼 경비를 들여 외국으로 유학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 교육을 받으면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되려면 영어강의가 필수적이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대학들이 한국의 대학보다 월등이 높은 국제경쟁력을 가진 주된 이유가 바로 영어의 공용화에 있다.

신임교수들을 채용할 때 영어강의 능력을 필수조건으로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과기대에는 국내 박사가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그동안 한국 대학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많이 커졌음을 반영한다. '100% 영어강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영어의 공용화 캠퍼스도 진지하게 추진할 만하다. 이를 위해 모든 시험,강의평가,규정 등 영어의 사용영역을 점차 확대해 가는 것이다.

아직도 10만명에 이르는 해외유학생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국내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대학이 많이 나와야 하고,이는 대학 선두주자들이 솔선수범할 때 더욱 빨라질 것이다.

임진혁 울산과기대 교수·경영정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