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레전드 연대기 ⑥ 김연아 vs 아사다 마오

피겨 레전드 연대기 ⑥ 김연아 vs 아사다 마오

기사입력 2011-04-28 19:45:34 |최종수정2011-04-28 19: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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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판 위의 두 천재, 신은 토털패키지를 선택했다

김연아

1990년 9월 5일 대한민국 부천 출생 ISU 그랑프리 파이널 3회 우승 (2006, 2007, 2009) 세계선수권 1회 우승 (2009) 2010 올림픽 금메달

아사다 마오

1990년 9월 25일 일본 나고야 출생 ISU 그랑프리 파이널 2회 우승 (2005, 2008) 세계선수권 2회 우승 (2008, 2010) 2010 올림픽 은메달

재능과 노력. 최고의 분야에 오르는 이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목록이다. 탁월한 재능은 있지만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비범의 길을 걷지 못하고 범인(凡人)의 영역에 머문다. 또한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노력이 열매를 맺는다고 해도 재능이라는 영양분이 없다면 꽃봉오리는 아름답게 피지 못한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이 피겨 스케이팅도 타고난 재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빙판 위를 빠르게 질주해 높은 탄력의 점프를 뛰려면 탁월한 운동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많은 관객들에게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예술적인 감각도 갖춰야 한다. 그리고 무대 위에서 떨지 않고 자신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담대함도 중요하다. 이러한 요소를 고르게 갖추지 못하면 결코 최고의 위치에 올라설 수 없다.

1990년, 대한민국 경기도 부천과 일본 나고야에서 두 명의 천재가 탄생했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는 그야말로 스케이트를 위해 태어난 비범한 스케이터였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초고속으로 성장해 비슷한 시기에 주니어 챔피언에 올랐고 세계를 제패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운명은 엇갈렸다. 그리고 누가 진정한 ‘여왕’인지의 여부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많은 이들은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를 라이벌로 여기고 있다. 주니어 시절과 시니어 초기 시절만큼은 확실한 라이벌이었다. 라이벌의 뜻은 기량이 엇비슷한 상대를 지칭하는 말이니까.

김연아는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섰다. 그리고 이들의 격차도 이 때부터 크게 벌어지기 시작했다. 김연아의 투쟁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또한, 피겨 스케이팅의 한계점을 위해 끊임없이 정진해나갔다.

스케이트를 신기 전, 김연아는 지극히 평범한 소녀였다. 유난히 수줍음이 많고 조용한 성격의 어린 소녀는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당시 살고 있던 경기도 과천시의 실내 아이스링크를 찾았다.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어본 김연아는 곧바로 흥미를 느꼈다. 스케이트 이외에 피아노와 발레 등을 배워보기도 했지만 스케이트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었다.

피겨 스케이팅 특강을 완료한 김연아는 강습반에 등록하면서 계속 피겨를 배워나갔고 당시 과천실내빙상장의 지도자로 있던 류종현 코치에 발탁돼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TV에 나온 미셸 콴의 연기를 보고 강한 자극을 받은 어린 김연아는 스케이트에 더욱 열정을 쏟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더블 악셀을 완성한 김연아는 본격적인 트리플 점프 훈련에 들어갔다.

당시 김연아를 지도했던 신혜숙 코치는 “(김)연아가 초등학교 4학년일때 만났다. 그해 여름 미국으로 전지훈련을 갔는데 그곳에서 연아의 특별한 재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을 가르쳐도 습득 속도가 빨랐고 점프도 곧잘 익혀갔다. 트리플 플립을 단 한번에 뛰었을 때는 무척 놀랐다”고 회고했다.

10대 초반에 김연아는 트리플 5종 점프(토룹, 살코, 룹, 플립, 러츠)를 모두 완성했다. 그것도 교과서적으로.

김연아는 트리글라브 트로피 노비스 부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피겨 스케이팅에서 시니어와 주니어, 그리고 노비스를 통틀어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는 김연아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12세의 나이에 한국 내셔널 대회인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피겨의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한국 피겨계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피겨 천재’의 출연에 흥분했다.

아사다 마오가 태어난 나고야시는 일본 피겨 스케이팅의 메카이다. 일본 피겨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이토 미도리(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발레를 배웠던 아사다 마오는 5살 때, 언니인 아사다 마이를 따라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기 시작했다.

어린 아사다는 스케이트에 재미를 느꼈으며 매우 성실하게 훈련에 임했다. 특히, 어려서부터 점프를 뛰는 힘과 탄력이 남달랐다. 아사다 마오를 완성한 지도자는 이토 미도리를 양성해낸 야마다 마츠코 코치이다.

야마다 코치는 “마오는 어린 시절부터 무척 성실했다. 무엇을 시키면 절대로 ‘아니요’라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무조건 ‘예’, ‘예’라며 말을 무척 잘 들었다”고 회고했다.

아사다는 12세 때, 전일본선수권 노비스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전일본선수권대회에서 시니어 선수 8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올렸다.

일본 피겨 스케이팅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인 이토 미도리를 발굴하고 육성한 야마다 코치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다. 바로 아사다 마오가 지금까지 자신이 지도했던 선수들 중, 단연 최고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이토가 그랬듯이 아사다도 트리플 악셀을 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국, 아사다는 이른 나이에 트리플 악셀을 뛰어냈다. ‘피겨 천재’의 출연에 일본 열도는 흥분했으며 미래의 올림픽 챔피언 감으로 아사다를 추켜세웠다.

2004-2005 시즌부터 김연아는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도전장을 던졌다. 2004년에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 2차시리즈인 헝가리 부다페스트 대회에 출전한 김연아는 당당히 금메달을 획득했다.

중국 하얼빈에서 열렸던 주니어 그랑프리 4차대회에서는 일본의 나나 다케다에 이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2번의 주니어 그랑프리대회에서 준수한 성적을 올린 김연아는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렸던 2004년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소문으로만 듣던 아사다 마오를 처음으로 만났다. 당시 아사다 마오는 피겨 선수들 사이에서 매우 유명한 유망주였다. 당시 아사다의 점프를 직접 목격한 김연아는 그의 저서를 통해 매우 쉽게 점프를 뛰는 모습에 감탄을 했다고 밝혔다.

이 대회에서 아사다는 주니어 그랑프리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고 김연아는 2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아사다가 1위, 김연아는 그 뒤를 이어 2위에 올랐다. 세계 정상권에 올랐지만 최고 자리에는 아사다가 있었다.

그러나 기술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잠자고 있는 예술성이 조금씩 눈을 뜨면서 김연아는 토털패키지의 가능성을 열어나갔다.

아사다는 선이 굵고 큰 스케일의 피겨를 하고 있었지만 세밀하게 관찰하면 허점이 많이 보였다. 점프의 높이가 뛰어나고 탄력이 넘치지만 투박했고 구사할 수 있는 기술의 다양함은 오히려 김연아가 앞섰다. 또한, 세계 정상으로 가기 위한 열쇠 중 하나는 표현력을 발전시키는 점이었다. 손동작과 표정연기에 더욱 집중한 김연아는 2005-2006 시즌에서 한 단계 도약했다.

주니어 2년 차에 접어든 김연아는 2번의 주니어 시리즈에 출전해 모두 정상에 올랐고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렸던 순간이 왔다. 김연아보다 1년 일찍 시니어 무대에 진출해 에릭 봉파르 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아사다 마오와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김연아는 당시 롱프로그램이었던 ‘Papa Can’t you hear me?’를 연기했다. 이 시기에 김연아의 스케이팅 활주 속도와 점프 스케일은 시니어 수준을 능가하고 있었다.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를 비롯한 모든 과제를 무리 없이 수행했다.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최고 점수인 116.68점을 획득한 김연아는 177.54점의 압도적인 점수를 기록했다.

김연아에 이어 빙판에 등장한 아사다 마오는 흔들리고 있었다. 첫 과제인 트리플 악몇자로셀을 싱글로 처리한 아사다는 최종 점수 153.35점에 머물렀다. 김연아는 무려 24.01점 차이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1992년 이토 미도리가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후, 일본 체육계는 피겨 스케이팅을 전략 종목으로 육성한다. 전 지역에서 가능성이 있는 유망주들을 선발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얼음폭풍 프로젝트도 피겨 발전을 위한 전략 시스템이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탄생한 아라카와 시즈카는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 싱글 역사상 가장 완벽한 트리플 악셀을 뛰었던 이토 미도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아라카와 시즈카가 해냈다. 토리노 올림픽에서 일본이 획득한 금메달은 아라카와가 획득한 1개뿐이었다. 그러나 피겨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정상에 올라선 일본은 크게 열광했고 차기 올림픽인 밴쿠버에서도 이러한 상승세를 이어나가자고 입을 모았다.

아사다 마오도 이러한 시스템에서 탄생한 유망주였다. 본격적으로 주니어 무대에 데뷔한 2004-2005 시즌에아사다는 6개의 대회에 출전해 5번 우승을 차지했다. 주니어와 시니어를 통틀어 아사다가 가장 많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시즌이 이때였다.

1년 동안의 짧은 주니어 시즌을 마치고 시니어 무대로 진출한 아사다는 자국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이리나 슬루츠카야(러시아,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은메달)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러한 행보를 보였던 아사다가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오르는 것은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1년 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위에 올랐던 김연아는 더욱 성장해 있었고 ‘완성형’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2006년 2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열린 세계주니어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 마오는 이 대회 2연패에 실패한다. 당시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과 트리플 룹, 그리고 트리플 플립 등의 점프 구성을 가지고 출전했다.

하지만, 김연아의 점프 구성도 만만치 않았다. 트리플 플립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룹 + 더블 룹, 그리고 이너바우어에 이은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구성은 시니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난이도였다. 여기에 한층 완성도 높은 연기력을 들고 출전했다.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우승해 자신감이 넘쳐있었던 아사다는 주니어 무대에서 만난 김연아에게 완패했다. 그것도 무려 24점 차이로.

김연아에 당한 패배로 강한 자극을 받은 아사다는 2006년 8월부터 세계적인 점프 전문가인 라파엘 아르투니안(러시아) 코치와 함께 메인 훈련지를 미국 캘리포니아 애로우헤드로 옮긴다. 일본 취재진들을 피해 훈련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2006년 12월. 김연아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 마오와 다시 만난다. 이 때, 김연아는 고관절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매번 힘겹게 대회를 준비했지만 실전 경기에 나가면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좋은 성적을 올려왔다.

경기는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와 비슷하게 흘러갔다. 김연아는 롱프로그램인 ‘종달새의 비상’을 무리 없이 소화했고 아사다 마오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를 범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이번에도 승리자는 김연아였다. 시니어 데뷔 첫 시즌에 그랑프리 파이널 정상에 오른 김연아는 2007년 3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도전한다.

이 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 역사에 길이 남을 ‘명연’을 펼쳤다.

김연아가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연기한 쇼트프로그램인 ‘록산느의 탱고’는 미국의 안무가인 탐 딕슨의 작품이다. 주니어 시절 김연아가 연기한 것은 당시 지도자였던 김세열 코치가 다듬었고 후에 데이비드 윌슨이 다시 점검해 마무리한 작품이다.

주니어 시절부터 꾸준하게 연기해온 록산느의 탱고는 200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천상의 날개’를 달고 있었다. 음악과 김연아의 모든 동작은 혼연일체가 되어 있었으며 그동안 여자 싱글에서 볼 수 없었던 큰 스케일의 점프를 보여줬다.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최고 기록인 71.95점을 받은 김연아는 월드 챔피언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당시, 이 연기를 현장에서 지켜보았던 피겨 원로인 김풍렬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김)연아의 연기를 지켜본 세계 각국의 전문가와 심판들이 하나같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떤 분은 심금을 울리는 연기였다고 칭찬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즌 내내 괴롭힌 부상은 김연아의 발목을 붙잡고 말았다.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몇몇 점프에서 실수하며 최종 순위 3위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한국 피겨 스케이팅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남겼다.

2007-2008 시즌에서 김연아는 2번의 그랑프리 시리즈(Cup of China, Cup of Russia)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아사다를 제치고 2연패에 성공했다.

2008년 3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김연아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한다. 고질적인 고관절 부상이 또다시 발목을 잡은 것이다.

진통제를 맞고 경기에 출전하는 투혼을 펼쳤지만 2007년에 이어 동메달 획득에 만족해야 했다. 김연아의 가장 큰 적은 아사다 마오가 아니라 부상이었다.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서는 치명적인 허리와 고관절에 자주 부상이 발생한 점이 김연아의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2008-2009 시즌부터 메인 훈련지를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으로 옮겼고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또한, 김연아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었던 스포츠 마사지 전문가인 송재형 트레이너가 본격적으로 가입해 김연아의 몸 상태를 철저하게 점검했다. 이 때부터 김연아는 부상이라는 그림자를 털어내고 양쪽 어깨에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2008-2009 시즌은 김연아가 큰 부상 없이 준비했던 최초의 시즌이다. 또한, 캐나다 토론토에서 훈련에만 전념해 체계적인 관리를 받은 점도 플러스로 작용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인 ‘죽음의 무도’와 롱프로그램인 ‘세헤라제데’를 들고 나왔다. 시즌 첫 대회였던 ‘Skate America’에서 193.45점을 기록했다. 지난 2007-2008 시즌 ‘Cup of Russia’에서 기록한 197.20점을 받은 이후, 200점에 근접한 기록을 세우며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다. 다음 대회인 ‘Cup of China’에서 191.75점을 획득한 김연아는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그랑프리파이널에서 2위에 올랐다. 아사다와 맞붙었지만 자국에서 열린 부담감은 매우 컸다. 이 대회를 마친 김연아는 “힘든 시합을 했지만 큰 후회는 없다. 남은 4대륙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아쉬움을 털고 일어섰다.

2009년 2월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72.24점을 기록했다. 2년 전 ‘록산느의 탱고’로 자신이 세운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인 71.95점을 넘어섰다.

두 번 정상등극에 실패한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김연아는 2009년 3월, 대회가 열리는 미국 LA로 떠났다. 이번에는 준비도 철저히 이루어졌고 최상의 몸 상태로 대회에 임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준비된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76.12점을 세우며 한달 전에 세웠던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를 다시 갱신했다. 또한, 프리스케이팅에서는 131.59점을 기록해 최종 합계 207.71점의 점수를 받았다. 신체점제가 도입된 이후, 여자 싱글 선수로는 최초로 200점 고지를 돌파한 업적을 세웠다.

아사다는 이 대회에서 메달권 안에 진입하지 못하고 4위에 머물렀다. 한 마디로 김연아의 압승이었고 라이벌이 없는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섰다.

 2010년 2월 26일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시상식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아사다 마오는 라파엘 아르투니안 코치와 함께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훈련에 매진했다. 여자 싱글 선수가 트리플 악셀을 구사한다는 점은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점프 패턴이 단조로워지고 ‘모’ 아니면 ‘도’식의 승부를 걸게 된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아사다는 또다시 김연아에 패하고 말았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범한 실수가 치명적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김연아는 단점을 찾아볼 수 없는 ‘무결점의 스케이터’로 성장하고 있었다.

자국에서 열린 2007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정상 정복에 실패했다. 안도 미키가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에 오르며 챔피언 자리에 올랐고 가장 두려운 상대였던 김연아는 부상으로 인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은메달을 획득하며 월드챔피언 도전에 실패한 아사다는 세계적인 안무가인 타티아나 타라소바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다.

타라소바는 무려 9명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해낸 러시아 피겨의 대모이다. 라파엘 아르투니안이 점프 스페셜리스르라면 타라소바는 프로그램 제작자였고 영향력을 행사에 있어서는 둘째가면 서러울 정도의 인사였다.

2007년 12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와 시즌 첫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를 반복한 아사다는 하위권으로 쳐지고 말았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 없이 경기를 마무리 지으면서 최종 순위 2위에 올랐다. ‘포커페이스’인 김연아와 비교해 아사다 마오는 정 반대였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타입이었으며 무대 위에서 긴장할 때면 경직된 표정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또한 연기를 마치고 난 뒤, 자주 눈물을 보이는 모습도 나타냈다. 모처럼 프리스케이팅을 큰 실수 없이 마친 아사다는 감격을 억누르지 못하고 빙판 위에서 그대로 눈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벌어진 점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김연아에 이어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아사다는 1년 전에 놓친 월드 챔피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스웨덴 예테보리로 향했다. 이 대회는 지금까지도 논란이 많은 세계선수권대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연아가 좋은 연기를 펼치면 늘 실수를 범했던 아사다의 징크스는 다시 나타났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아사다는 첫 과제인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지만 미끄러지면서 크게 넘어지고 말았다.

다시 일어나 트리플 플립을 뛰기 위한 자세까지 들어가는 10초라는 시간이 흘렀다. 엄청나게 큰 실수를 했지만 빙판에 다시 쓰러지지는 않았다. 아사다는 프리스케이팅 점수 121.46점을 받았다. 감점 -1점이 있었다. 카롤리나 코스트너와 김연아를 제친 아사다는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등극했다.

하지만 이 대회가 끝난 뒤 북미 지역 언론들은 아사다 마오와 코스트너를 비롯한 유럽 선수들의 점수가 높게 나왔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모로 석연치 않은 부분은 많았으며 김연아의 몸 상태도 최상이 아니었다.

아사다는 이때까지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연아와 상대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부상을 털어내기 시작한 김연아가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아사다의 존재감은 위축되기 시작했다.

2008-2009 시즌부터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명암이 엇갈렸다. 두 선수의 기량과 점수차가 벌어진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은 ‘신채점제’의 적응을 들 수 있다.

구채점제는 6.0점을 만점으로 지정해 놓고 기술점수와 예술점수를 나누어 표기했다. 특히 예술점수의 경우, 심판의 주관적인 견해가 심할 수 밖에 없었고 똑같은 기술이라 하더라도 질이 떨어지는 기술에 감점을 줄 수 없었다.

하지만 신채점제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러한 개념은 바뀌었다. 보다 정확하고 퀄리티가 뛰어난 기술을 구사하는 선수와 기술은 물론, 안무 소화와 스케이팅까지 모든 요소를 잘할 수 있는 ‘토털패키지’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었다.

김연아가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신기록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아사다 마오는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에 의존하고 있었다. 김연아가 ‘죽음의 무도’와 ‘세헤라자데’를 통해 변화무쌍한 안무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아사다 마오의 안무 소화력은 주니어 시절과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러한 요소는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사다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4대륙선수권대회와 세계선수권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특히,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시상대에 올라서지 못했다.

2008년 12월 13일 '2008-2009 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시니어 여자 싱글 시상식에서 김연아가 아사다 마오와 포옹을 하고 있다. 김연아는 188.55점의 아사다에 미치지 못한 채 186.35점으로 2위를 차지했다.
ⓒ 연합뉴스

2009-2010 시즌에서 김연아는 2번의 그랑프리 시리즈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시즌 첫 대회인 ‘에릭 봉파르’ 대회에서는 프리스케이팅 세계신기록(133.95점)을 세우며 최종 합계 210.03점을 기록했다.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여자 싱글 최고 점수인 207.71점을 넘어서는 기록이었다.

본격적인 올림픽 준비에 들어간 김연아는 2010년 2월 20일(한국시각) 대회 장소인 캐나다 토론토에 도착했다.

김연아는 “1년 전 LA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보다 몸 상태가 더욱 좋다”고 말했다. 대회를 앞두고 말을 아끼는 것으로 유명한 김연아를 생각할 때, 자신감이 넘치는 표현이었다.

24일, 경기 장소인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김연아에 앞서 아사다 마오가 먼저 연기를 펼쳤다. 아사다는 73.78이라는 개인 최고 점수를 수립한다. 아사다의 지도자인 타티아나 타라소바 코치는 옆에 있던 김연아를 의식한 듯, 격렬한 몸짓으로 아사다의 연기에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사다의 연기를 보고 경기에 임했던 김연아에겐 매우 중요한 고비 처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승부수를 걸어야 프리스케이팅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었다.

김연아는 역시 강심장이었다. 타라소바의 격한 환호에도 자극을 받지 않고 빙판 위로 나가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를 연기했다. 더 이상 진화할 수 없을 것 같던 김연아의 점프는 한층 탄력이 붙어있었다. 비거리는 더욱 넓어졌으며 힘도 넘쳤다.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점프를 멋지게 성공시킨 김연아는 트리플 플립과 더블 악셀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연기한 김연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장내는 환호성으로 휩싸였다. 전광판에 적힌 점수는 78.50점. 바로 앞에서 아사다가 세웠던 최고 점수를 순식간에 넘어섰다.

남은 것은 26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이었다. 김연아는 자신의 롱프로그램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를 단 한번도 완벽하게 연기하지 못했다. ‘악마의 프로그램’으로 불렸던 ‘거쉰의 협주곡’은 모든 점프에 안무와 스텝이 곁들여져 있었다. 1초라도 쉬어갈 수 있는 틈이 없는 난이도를 갖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을 뛰어넘어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 클린에 도전했다. 첫 과제인 트리플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플립, 그리고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와 스텝에 이은 트리플 살코, 트리플 러츠 단독 점프까지 모두 소화해냈다. 단순히 질주와 점프만 한 것이 아니었다. 기술이 이어지는 여백은 갖가지 안무 동작과 스케이팅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프리스케이팅이 진행되는 4분은 스케이터의 기량에 따라 40분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4초로도 느껴진다. 김연아가 연기한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마지막 과제인 체인지 콤비네이션 스핀을 마친 김연아는 환호성을 내질렀고 빙판 위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냉철한 승부사’였던 김연아는 그동안 억누르고 있었던 감정을 쏟아냈다. 자신의 프로그램만 완벽하게 연기하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이 경기를 TV중계로 해설하던 2006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아라카와 시즈카는 “전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압박감을 이겨내고 이 정도의 연기를 펼친 것은 실로 대단합니다. 얼마나 강한 정신력과 집중력을 가졌는지가 여실히 나타났어요”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NBC의 해설가인 산드라 베이직은 “내가 본 올림픽 프로그램 중 최고”라고 흥분했다. 전광판에는 150.06이라는 어마어마한 점수가 찍혔고 최종 합계 228.56점을 획득했다. 아사다 마오가 상기된 표정으로 링크에 들어섰지만 이미 승부는 결정됐다. 김연아는 진정한 라이벌인 자기 자신을 넘어서며 여자 싱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스케이터의 반열에 올라섰다.

올림픽을 앞두고 김연아는 그랑프리 시리즈와 파이널 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여유롭게 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사다는 상황이 달랐다. 시즌 첫 대회인 에릭 봉파르대회에서는 김연아에 이어 2위에 올랐지만 두 선수의 점수 차이는 무려 36.04점이었다.

그리고 러시아에서 열린 ‘로스텔레콤 컵’에서는 150.28점으로 5위로 추락했다.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이 좌절된 아사다는 2010년 1월, 전주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아시다에게 한국은 자국인 일본과 함께 ‘약속의 땅’이었다. 2008년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아사다는 2008년 12월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를 제치고 정상에 등극했다.

그리고 올림픽을 앞두고 페이스를 끌어올리기 위해 출전한 4대륙대회에서 스즈키 아키코(일본)와 캐롤라인 장(미국) 등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아사다는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좋은 성적을 올려서 매우 기쁘다. 무엇보다 트리플 악셀의 성공률이 높아져서 만족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 시기에 아사다는 자신의 지도자이자 안무가인 타티아나 타라소바와 불화설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을 향한 의지를 멈출 수는 없었다.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훈련지인 일본 나고야에 있는 오로라링크에서 컨디션을 조절한 아사다는 21일 밴쿠버에 도착했다. 어중간한 시기에 와서 시차 적응을 하지 않고 늦게 도착해 일본에서 유지해온 최상을 컨디션을 유지하자는 전략을 선택했다.

아사다는 24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시니어 데뷔 이래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아사다는 73.78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불과 3분 만에 김연아는 78.50점을 기록하며 아사다의 점수를 넘어섰다.

그러나 아사다는 4.72점의 점수차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난히 쇼트프로그램에서 약점을 보여왔던 아사다는 프리스케이팅에서 역전을 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연아가 연기한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아사다는 물론, 그 누구도 극복해낼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미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기량 차이는 오래 전부터 현격하게 벌어져 있었다.

내심 기적을 원했던 아사다 측과 일본 국민들은 크게 좌절했다. 김연아의 완벽한 연기를 지켜본 아사다는 수심이 가득했고 트리플 토룹을 비롯한 몇몇 요소에서 실수를 범했다.

김연아가 전 국민의 염원을 안고 빙판 위에 섰듯이 아사다 마오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시절부터 최고가 되야 한다는 압박감을 가지고 성장한 아사다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인생 최고의 목표였다. 그러나 그토록 염원했던 자신의 꿈이 무산되자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다.

아사다에 대한 논란은 항상 뜨겁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정확하지 못한 점프를 구사해 다운그레이드와 롱에지를 꾸준히 받아왔다. 실제 실력보다 부풀려진 면도 많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트리플 악셀에 연연한 나머지 김연아가 예술성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고 있을 때 아사다는 정체해 있었다. 점퍼의 영역에서 표류하던 아사다는 결국 토털패키지의 영역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일본의 스포츠 기자와 평론가 및 선수 출신의 전문가들은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에 대해 다양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자국의 자존심인 아사다 마오를 높게 평가하는 이들도 있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김연아가 우위에 있다는 목소리를 낸 이들도 많다.

주니치 신문사의 나카야 히데키 기자는 “아사다 마오가 연기한 프리스케이팅 곡인 라흐마니노프의 종은 김연아가 더욱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이 곡은 표현하기가 어려운 곡인 김연아의 연기력은 폭이 넓고 광범위하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2010년 1월, 전주에서 열린 ‘2009-2010 4대륙선수권대회’ 취재차 내한했던 나카야 기자는 나고야 지역에서 유독 정상급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는 이유도 설명했다. 나카야 기자는 “일본 피겨 선수의 상당수는 나고야와 아이치현에서 배출된다. 나고야에는 아사다 마오의 훈련장인 일본 츄코대 아이스링크가 있고 스즈키 아키코(25)와 안도 미키(23)가 활동했던 링크도 있다. 또한, 여자 싱글 선수로서 최초로 트리플 악셀을 구사한 이토 미도리도 나고야 출신이다. 나고야는 중공업 산업이 발전된 도시이고 부유한 중산층이 많이 사는 것이다. 자녀에게 피겨 스케이팅을 시킬만한 재정적인 여유와 아이스링크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피겨 인구가 많다”고 밝혔다.

또한, 프리랜서이자 스포츠평론가인 요시자키 에지는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보다 인생을 훨씬 깊게 살고 성숙한 느낌이 든다. 연기력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일본 선수 출신으로 김연아에 대해 꾸준하게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 전문가로는 아라카와 시즈카(30,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유명하다. 아라카와는 해설을 통해 김연아의 점프가 매우 정확하고 교과서적인 것을 강조했었다. 또한, 자국 선수들의 점프가 교정할 문제점이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연아의 아이스 쇼에도 여러 차례 참가한 아라카와는 2009년 봄에 열린 아이스쇼 참가시 “김연아는 단점이 없는 완벽한 스케이터다”고 평가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11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가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강진으로 인해 무산됐다. 결국 ISU는 새로운 대체지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선택했다. 3월 말에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선수권대회는 한달 연기된 4월 24일 개최되었다.

김연아는 지난해 3월에 열린 토리노 세계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이후 1년 만에 경쟁대회에 복귀한다. 1년 동안의 공백이 문제점으로 떠올랐지만 김연아는 여전히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고 있었다. 서울 공릉동 태릉실내아이스링크에서 지도자인 피터 오피가드 코치와 마무리 훈련에 들어간 김연아는 지난 3월 22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훈련 모습을 공개했다.

점프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스케이팅과 스핀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안무와 함께 움직이는 자세는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었고 오히려 더욱 진보됐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김연아의 훈련을 실제로 지켜보았던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관계자는 “올림픽을 준비할 때와 비슷했다”고 밝혔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는 “현재 매우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매우 철저하게 준비해온 것이 드러났다. 지금의 상태를 봤을 때,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만 잘 끌어올린다면 김연아의 2번째 세계선수권 우승은 매우 유력해보인다.

한편 아사다 마오는 올 시즌 시니어 데뷔 이래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도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고 전일본선수권대회와 4대륙선수권에서는 안도 미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올 시즌 가장 괄목할만한 성적을 올린 스케이터는 안도 미키다. 2번의 그랑프리 시리즈 우승과 4대륙선수권 대회 정상에 등극하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또한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자인 알리사 시즈니(23, 미국)도 우승 후보로 점칠 수 있다. 김연아는 지금까지 해왔던 기술 구성을 가지고 출전한다고 밝혔다. 올 시즌 러츠와 플립이 들어간 트리플 +트리플 점프를 구사한 여자 싱글 선수는 없었다. 김연아는 대회 우승을 밝히지 않고 자신이 준비한 연기를 완벽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이 말대로 김연아가 실전 경기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면 김연아의 압승이 예상된다.

김연아는 3월 2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가진 입국 기자회견에서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로 그런 시간을 보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 정상 궤도에 오른 것 같다”고 자신이 없었던 2010-2011 시즌에 대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