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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한 사람을 향해 고개 돌리던 나처럼 - 차주일 본문
숲이 만드는 끝없는 바람 소리가 곡선이다
나무가 연애하는 중이다
연애는 제 심장을 끝없이 열고 닫는 것이어서
나무는 수그리며, 꼬며, 뒤틀며 제 곧음을 꼴바꿈한다
본디 곧은 몸이어서 욕정 없던 나무 중 하나가
교성 내지르며 뛰어다니는 짐승들이 낸 굽은 오솔길에
제 그림자 슬그머니 맞춰봤을 것이다
이성의 음부를 연 것이 심장 뛰는 소리였음을 알고
몸을 휘어 심장을 만들었을 것이다
오솔길처럼 굽은 나무가 심장을 여닫으며 첫 바람을 퍼뜨리자
다른 나무들도 그림자를 휘어 오솔길을 안아봤을 것이다
첫눈에 반한 사람을 향해 고개 돌리던 나처럼
연애의 느낌을 표현하는 나무들로 숲은 소란했을 것이다
나무들이 휠 때 생겨난 동사와 형용사로 살아온 나
내 유전자인 첫 오솔길을 찾으러 숲에 든다
숲길은 모두 굽어 모두가 첫 길이다
어떤 오솔길을 따라가도 움막 하나 매달려 있을 것 같다
나무 그림자와 같은 어두운 움막 안에서
바람과 침을 삼키며 기도와 식도를 구부리는 짐승과
침엽 같은 털 수북한 짐승을 만날 것 같다
나무 그림자들이 서로 휘감으며 교미를 한다
그림자 체위대로 나무들이 굽는다
숲에서 바라보면 사랑은 명사가 아닌 동사이다
숲과 잇닿은 길은 모두가 굽어 있다
숲에서 멀어진 길들은 반듯이 뻗어 죽었다
그곳엔 동사와 형용사가 없는 무정란 명사만 생존한다
그곳 사람들은 바람 소리를 만들지 못한다
-풀잎은 공중에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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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일
-전북 무주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를 졸업.
-동국대 대학원에서 수학.
-2003년 "현대문학" 으로 등단.
-시집 <냄새의 소유권>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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