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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메밀꽃밭 /송수권

초록느낌 2010. 9. 23. 23:42




내마음 지쳐 시들 때 호젓이 찾아가는 메밀꽃밭
슴슴한 눈물도 씻어내리고
달빛 요염한 정령들이 더운 피의 심장도
말갛게 씻어 준다

그냥 형체도 모양도 없이 산비탈에 엎질러져서
둥둥 떠내려오는 소금밭
아리도록 저린 향내

먼산 처마끝 등불도 쇠소리를 내며
흐르는 소리

한밤내 메밀꽃밭가에 가슴은 얼어 표주박이 되고
더운 피의 심장이 흰 소금을 쓰고
영하 몇 십도의 표주박을 따라가다
무슨 짐승처럼 엎드렸다

밤새도록 아리고 저린 내 가슴은
빈 물동이
시린 향내로만 찬물 가득 긷는다
찬물동이 이고 눈물도 웃음도 굳어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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