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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마지막 편지 / 안도현

초록느낌 2010. 9. 23. 23:32





내사는 마을 쪽에
쥐똥 같은 불빛 멀리 가물거리거든
사랑이여
이 밤에도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내 마음인 줄 알아라
우리가 세상 어느 모퉁이에서
헤어져 남남으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듯
서로 다른 길이 되어 가더라도
어둠은 또 이별이 되어
우리를 덮고
슬픔도 가려 주리라

그대 진정 나를 사랑하거든
사랑했었다는 그 말은 하지 말라
그대가 뜨락에 혼자 서 있더라도
등 뒤로 지는 잎들을
내게 보여주지는 말고
잠들지 못하는 밤
그대의 외딴집 창문이 덜컹댄다 해도
행여 내가 바람되어 두드리는 소리로
여기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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