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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잎사귀들 - 최정례 본문

문학의 즐거움/시사랑

태양의 잎사귀들 - 최정례

초록느낌 2010. 6. 24. 12:52

 

 

 

 

동해 碧海之中에 한 뿌리의 扶桑나무가 있다

태양과 그의 열 아들이 거기 산다

 

아홉 아들 해는 아래 둥치에 한 아들은 그 윗가지에

 

새벽마다 龍車가 태양 하나씩을 싣고

함지에서 목욕하고 扶桑에 오른다

再再騰空 緩緩西行한다

 

20년 동안 30년 동안

열 개의 태양이 뜨거나 말거나

백 날의 龍車가 창밖으로 지나거나 말거나

맹목적인 잎을 달고

캄캄하게 서 있었다

 

냉혹한 잎 미련한 잎 시큼한 잎으로

서서만 있었다

 

스무 살 새파란 잎 기억의 헛간 속에서 그 주소는

왜 사라져주지 않는 것일까 비 쏟아지는 날 버스에 올라타 오락가락했고 백 통쯤 편지를 썼었다 수억 년 전이다

 

뜨거운 잎 무의식의 잎 사이를 뚫고

쏟아지는 천 개의 화살이 있다

태양은 열 아들을 키워 날마다 빙글빙글 돌리고

오랜 잎들이 세월의 약들이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잎이 되었다

 

양말짝 같은 잎 혓바닥 같은 잎으로

다시 천 개의 빛 화살을 막으려 한다

 

너덜너덜한 잎 뒤에 만 룩스의 불빛이

두개골 심장 창자를 뒤진다 파낸다 갈피갈피

몸에서 수천의 태양계가 태어났다 사라진다

꿈속의 잎  챙피한  잎  잎사귀들

 

 

 

 

 

 

 

-시집/레바논 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