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열린 공간

개망초 - 박준영 본문

문학의 즐거움/시사랑

개망초 - 박준영

초록느낌 2010. 1. 30. 23:26


- 사진 네이버에서

 

개망초

                      - 박준영

 

 

6,7월 망초꽃
지천으로 피어있다.
그냥 
잡풀이었지
내 눈에 들기 전에
이름도 몰랐으니
복판은 한사코 마다하고
길섶에만 피어 있어
눈부시지도 않고
향기롭지도 않고
무엇 하나 내노라 할 게 없이
그냥 서 있는 거다
희멀겋게 뽑아 올린 줄기에
너더댓 가지 뻗고
다시 잔가지 서너 개 나뉘더니
가지마다 대여섯 작은 흰 꽃 피운다.
외로운 건 참을 수 없어
무리로 무리로
종소리 듣고 타고 내린 달빛처럼
허옇게 또 허옇게
내려앉고 내려앉아
잡초마냥 민초마냥
이 강산 여기저기
이렇게도 뒤덮는다
이제 
그 이름 물어물어
개망초로 알았지만
마음에 있어야 보인다고
50평생 살아 처음 보는 꽃의
눈부시지 않은 그 찬란이
알아주지 않는 그 영광이
날 이다지도 뒤흔들어 놓는다.
6,7월 개망초꽃
지천으로 피어 있다.


'문학의 즐거움 > 시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지는 들길에서 - 김용택   (0) 2010.01.30
풀잎 - 박성룡  (0) 2010.01.30
유월이 오면 - 도종환  (0) 2010.01.30
아카시아 꽃 - 정두리   (0) 2010.01.30
아카시아 꽃 - 이해인   (0) 2010.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