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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길 위에서 - 신현정

초록느낌 2009. 12. 1. 15:53

 

 

 

 

신발끈을 고쳐 맬 때가 있다

 

길 가다가 신발끈이 풀어져서 신발끈을 고쳐 매주었다

 

도중애 쭈그리고 앉아 가슴을 무릎에 돌처럼 눌러놓고

 

신발끈을 엇방향으로 집어넣어 빼내면서

 

나비모양으로 매듭을 단단히 옭맸다

 

신발끈이 또 풀어졌다

 

나비로 해서 그런가

 

다른 것은 없을까

 

두루미 같은 것은 어떨까

 

저 청산靑山을 훨훨 가고 있는 두루미로 어찌 안 될까

 

두루미로 하면 영 안 풀어질 것 같기도 한데

 

그런데 어디서 수염이 하얗게 센 노인네가 불현듯 나타나더니

 

야 이놈아

 

신발끈 풀지 말고 그래 길 위에서 평생 살아라 소리치는게 아닌가.

 

 

 

 

 

 

 

바보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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