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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단풍의 진단서 [김은정] 본문

문학의 즐거움/시사랑

[스크랩] 단풍의 진단서 [김은정]

초록느낌 2009. 11. 8. 01:04

 

 

 

 

 

 

 

 

 

 

 

 

 가을을 기다려온 리트머스,

 

 

 진단이 나왔어요

 현이 없는 첼로는 뒤집어서 식탁으로 쓰세요

 건반 없는 피아노는 화장대로 사용하시고요

 바람의 분절음마다 국화꽃을 꽂아요

 

 

 유품이 폐품이 아니면 좋겠어요

 단 몇 그램의 시간만 저울에 달았다가 포장해 가시는 손

 전화기 배터리가 방전되듯 모두 그렇게 시한인 것 알지만

 당신의 혈관 속에는 아직도 맑은 음색을 지닌 햇볕이 제법 붙어 있습니다

 

 

 그리움은 미생물

 이별하는 영혼은 깊은 발효를 계속하는 산성

 구토 때는 오렌지 빛 노을을 섞은 녹차로 잔잔히 속을 헹궈보세요

 저 1그램의 햇살 너머에는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이 있다지요

 그렇게 간절히 자기만의 색을 찾더니만

 드디어 해냈군요, 죽음 직전

 

 

 정체를 아는 데도

 정체를 만드는 데도

 평생이 걸리죠

 

 

 

 

 

* 너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천년의시작.

 

 

 

 

출처 : 시사랑
글쓴이 : 초록여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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