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열린 공간

호박이 익어가는 힘 [문동만] 본문

문학의 즐거움/시사랑

호박이 익어가는 힘 [문동만]

초록느낌 2009. 9. 6. 13:35

 

 

 

땡볕의 한 시절을 버텨 골이 파인 호박들이

악다구니를 쓰다 욕창이 난 궁둥이들이

갯우렁이처럼 땅을 파들어가고 있다

 

가계가 누르스름할 것 같은 사람들이

썩어 짓무른 복창에 마른 씨를 쟁여서는

종일 진땅을 파들어가고 있다

 

오기만이 최대의 생산력인 호박들이

아, 어떤 도구도 없이

오직 엉치뼈의 힘만으로 구덩이를 파서

제 몸을 묻는 호박들이

 

줄기는 마르고 아래께는 짓물러터지며

묵언 경작하는 사람들이

 

 

 

 

 

*그네

'문학의 즐거움 > 시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 뼈의 이름으로 [문동만]  (0) 2009.09.09
직립의 뼈들 [문동만]  (0) 2009.09.09
아직은 저항의 나이 [문동만]  (0) 2009.09.06
가을[김용택]  (0) 2009.09.05
천사들의 계절 [황지우]  (0) 2009.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