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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낯설지 마라 [문동만]

초록느낌 2009. 9. 3. 17:11

 

 

 

 

 

한 아이가 골목에서 생라면 까먹다 부스러기를 흘린다

가난한 날의 주전부리나 주눅들어 주저앉았던 담벼락

내 오래된 상징, 낯설었지

 

작업복을 빨아 널며 나는 옆집 빨랫줄을 쳐다보네

엉덩이 쪽에 찌든 기름자국을 나도 모르게 숨기며

 

망각은 청이끼처럼 자랐네

 

이 착한 초여름 바람에

누구라도 꺼내 말리는 오래된 삶의 부표들

 

내 꿈은 떠 있는 것이었지

가라앉지 않는 것이었지

 

오, 어떤 세월 그대여 낯설지 마라

 

 

 

 

 

*문동만 시집/그네/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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