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하얀눈위로그렸던안녕이라는두글자/이민숙
- 풍접초 / 강은령
- 하늘/김춘수
- 함께 걸어줄 당신이 그리운날에.../ 김수현
- 희망에게 / 이해인
- 갈대 존재의 이유
- 훈민정음의 우수성
- 희망에 바치는 송가 / 파블로 네루다
- 추억이라는 말에서는 /이향아
- 편지 / 문정희
- 초록꽃나무
- 한가위 / 최광림
- 첫사랑 / 류시화
- 효과적인 공부 방법
- 도종환
- 편지지와 편지봉투 / 오규원
- 커피/윤보영
- 폭풍 /정호승
- 하품하는 책 / 유홍준
- 태양의 잎사귀들 - 최정례
-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 / 용혜원
- 김윤자
- 흔들리며 사랑하며 / 이정하
- 효과적인 시간 활용팁
- 시사랑
-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 안 도 현
- 행복을 적는 노트 /윤보영
- 곽재구
- 흔들리며 사랑하며 / 이 정 하
- 이해인
- Today
- Total
열린 공간
바닥에 어머니가 주무신다. / 박형준 본문
침대에 앉아, 아들이 물끄러미
바닥에 누워 자는 어머니를 바라본다.
듬성듬성 머리칼이 빠진 숱 없는 여인의 머리맡,
떨기나무 사이에서 나타난 하느님이
서툴게 밑줄 그어져 있다, 모나미 볼펜이
펼쳐진 성경책에 놓여 있다.
침대 위엔 화투패가 널려 있고
방금 운을 뗀 아들은 패를 손에 쥔다.
비오는 달밤에 님을 만난다.
생활이 되지 않는 것을 찾아
아들은 밤마다 눈을 뜨고,
잠결에 앓는 소리를 하며
어머니가 무릎을 만지고,
무더운 한여름밤
반쯤 열어논 창문에 새앙쥐 꼬리만한 초생달
들어온다, 삶이란
조금씩 무릎이 아파지는 것,
가장 가까운 사람의 무릎을
뻑뻑하게 하는 것이다.
이미 저 여인은 무릎이 비어 있다.
한달에 한번 시골에서 올라와
밀린 빨래와 밥을 해주고
시골 밭 뒤 공동묘지 앞에 서 있는 아그배나무처럼
울고 있는 여인.
어머니가 기도하는 자식은 망하지 않는다,
가슴을 찢어라 그래야 네 삶이 보인다, 고
올라올 때마다 일제시대 언문체로 편지를 써놓고 가는
가난한 여인, 새벽 세시에 아들은
혼자 화투패를 쥐고 내려다보는 것이다.
불타는 떨기나무는 이미 꺼진 지 오래,
불길에 하나도 상하지 않던
열매들은 모두 어디론가 흩어졌지만
일찍 바닥에서 일어난 어머니가
침대 위의 화투를 치우고
모로 누운 서른셋 아들의 머리를 바로 뉘어주고
한시간 일찍 서울역에 나가 기차를 기다린다.
해가 중천에 떠오른 그 시각
밭 갈 줄 모르는 아들의 머리맡에
놓인 언문 편지 한 장.
"어머니가 너잠자는데 깨수업서 그양 간다 밥잘먹어
라 건강이 솟애내고 힘이 잇다"
* 박형준 시집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창작과비평사)중
'문학의 즐거움 > 시사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찔레꽃 / 최영호 (0) | 2009.06.19 |
---|---|
별빛에 묻은 사랑 / 최영호 (0) | 2009.06.19 |
당신에게만 들키고 싶다./ 김종원 (0) | 2009.06.19 |
비가 전하는 말 / 이해인 (0) | 2009.06.19 |
흘러만 가는 강물같은 세월 / 용혜원 (0) | 2009.0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