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땅을 뚫고 바라보기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초록느낌
2012. 1. 14. 00:43
땅을 뚫고 바라보기
-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흰 태양이 스모그에 젖는다.
햇빛이 뚝뚝 떨어지고, 아래쪽으로 길을 더듬어
깊숙한 내 눈에 닿는다.
도시 아래 깊은 곳에 내려가 위를 쳐다보는,
밑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눈. 길거리들, 건물 기초들,
이것은 흡사 전시(戰時)의 도시를 찍은 항공사진,
거꾸로 찍은, 말하자면 두더지 사진.
흑백의 말없는 사각형들.
그곳에서 결정이 내려진다. 죽은 자의 뼈와
산 자의 뼈를 분간할 수 없다.
햇빛의 볼륨이 높아지고,
항공기 선실 속으로, 낚싯배 속으로 범람해 들어간다.
시집/기억이 나를 본다/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