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봄밤 - 김영남

초록느낌 2011. 10. 12. 16:33

 

 

 

 

 

경석아, 빨리 학교 가자

 

내가 그 창을 뒤로하고 있으면

우산 높이 들고 곰이 찾아오고

청개구리가 달팽이에게로 마중 나가고

나뭇잎 타고 Rock란 말도 찾아오고

 

내가 그 창 외면하고 있으면

원숭이가 커튼 뒤에 숨어 엿보고

인형이 천장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고

그 천장 뚫고 빗방울이 떨어지고

 

우산 접어들고 내가

그 창에 등 기대고 있으면

수많은 빗방울들 풍선처럼 부풀어

날 에워싸오고

별들이 빗방울 속에 숨어 빛나고

그중 가장 무거운 빗방울 하나

여섯 개의 별로 내 상부만 들어 올려

허공에 띄우고

 

이 모든 것

그 빗방울 뒤에 숨어 우는 개구리 입에서 출발하고

 

 

 

 

 

시집/가을 파로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