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나무에 기대어 / 도종환

초록느낌 2011. 8. 10. 16:41

 

 

나무에 기대어

 

 

 

나무야 네게 기댄다

오늘도 더 많은 곳을 헤맸고

많은 이들 사이를 지나왔으나

기댈 사람 없었다

네 그림자에 몸을 숨기게 해다오

네 뒤에 잠시만 등을 기대게 해다오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돌이길 수 없는 곳까지 왔다는 걸 안다

네 푸른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잠시만 눈을 감고 있게 해다오

나무야  이 넓은 세상에서

네게 기대야 하는 이 순간을 용서해다오

용서해다오 상처 입은 많은 영혼을

 

 

 

 

 

 

 

 

시집 /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