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독서ㅣ 논술

'공부’만 하는 도서관은 가라

초록느낌 2011. 6. 21. 21:49

파주 ‘교하도서관’을 가다
열람실 없는 ‘교하도서관’…아트센터, 소극장 갖춰
청소년 진로 기행·인문학 강좌 진행, 소모임도 활발

경기도 파주 교하도서관에는 ‘열람실’이 없다. 단순히 학교 공부를 목적으로 도서관을 찾았다면 헛걸음하기 쉽다. 도서관은 책을 읽고 빌릴 수 있는 자료실이 중심이다. 20만권 이상 소장 가능한 서가와 200석 규모의 좌석이 준비되어 있다. 교하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작은 음악회는 물론 미술 전시회도 열린다. 다양한 교양강좌도 운영중이다. 특히 청소년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아하! 한겨레> 학생수습기자들이 교하도서관을 찾아가 봤다. 

교하도서관에는 자료실뿐만 아니라 아트센터, 소극장 등의 문화 공간이 많다. 책을 읽고 빌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문화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다. 진로 고민에 도움을 주는 ‘청소년 진로 기행’은 특히 인기가 많다.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인물을 초청해 해당 직업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한다. 어린이청소년서비스팀의 이미아 주임은 “‘청소년 진로 기행’은 1년에 6번 진행한다”며 “최근에는 <무한도전>에 출연했던 양지훈 셰프가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강의했다”고 말했다. 


» 파주 교하도서관에는 1년 내내 다양한 교양강좌와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청소년 진로 기행’은 주변 학교와도 연계해 그 폭을 넓히고 있다. 한 학교는 특별활동으로 진로기행반도 만들었다. 학생들은 ‘청소년 진로 기행’이 있는 날이면 도서관을 찾아 특강을 듣는다. 도서관은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참가확인서도 발급해주고 있다. 학교와 도서관을 연계한 프로그램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9년부터 시작한 ‘학교로 찾아가는 교양강좌’도 학생들의 반응이 좋아 강의 요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문학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쉬운 주제로 강의를 열고 있다. 

이미아 주임은 “학생들이 인문학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랑에 관한 철학적 고찰’이나 ‘일곱개의 키워드로 보는 유쾌한 미술’이라는 강의를 만들었어요. 다큐나 영화로 역사를 이해하는 시간도 있었죠. 강사들이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어요.” 이화여대 ‘탈경계인문학연구단’과도 협력해 무료 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매번 5회씩 강의를 하는데 강의 시간이 부족할 만큼 열띤 토론이 오간다고 한다. 이런 여러 강의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지역 청소년들이 참여한 서평집 <십대가 십대에게 권하는 책>을 만들기도 했다. 

인근에 파주출판단지가 있어 출판사와 함께 ‘작가와의 만남’도 종종 연다. ‘명사와의 인터뷰’ 시리즈에서는 책을 낸 작가나 유명인들을 초청해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유명한 작가들도 근처에 많이 살고 있어요. <온 더 로드>의 박준 작가, <수상한 식모들>의 박진규 작가도 가까운 데 살고 있어 도서관에서 여는 글쓰기 강좌의 강사로 오곤 하죠. 작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이 즐겨 찾습니다.” 

교하도서관의 ‘작은 음악회’는 도서관 이용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안형수씨와 인연을 맺은 게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어린이청소년서비스팀의 전은지 사서는 “교하도서관에는 늘 클래식 기타의 선율이 흐른다. 1층 입구부터 시작해 모든 건물이 공연장이 되어 다양한 형태의 미니콘서트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능 나눔을 펼치길 원하는 누구나 무대에 설 수 있어요. 지난해에는 외국의 음대 교수님이 깜짝 음악회를 열고 가셨죠. 무료로 공연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음악회가 열리는 날이면 도서관 밖에 긴 줄이 서기도 합니다.” 올여름에는 도서관 뒷마당에서 열리는 야외음악회도 기획중이다. 

교하도서관은 ‘지역 기관·주민’과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파주의 유일한 영화관 ‘씨너스 이채’와 협약을 체결해 ‘대한독립영화 만세!’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과 영화관의 색다른 만남이다. 화제의 독립영화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고 상영이 끝난 뒤에는 감독과의 만남도 준비되어 있다. 최근에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와도 협약이 체결돼 ‘도서관으로 간 다큐’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영화 속 주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도 갖고 있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지만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찾아가는 서비스’도 한다. 지식·문화 소외계층인 지역 아동센터를 찾아 도서관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지원했다. 그 결과 ‘큰빛지역아동센터’와 ‘사랑누리비전아동센터’에는 50권씩 단체 대출을 해주기도 했다. 도서관 그림책 모임인 ‘책마중’은 지역 아동센터를 찾아 책 읽어주기와 한글교육 자원봉사도 한다.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자원봉사도 하는 것이다. 

도서관 내 다양한 ‘소모임’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공감 15도’라는 부모독서클럽뿐만 아니라 인문학 강좌 수강생들이 만든 ‘책벗’이라는 소모임도 있다. 전은지 사서는 청소년들이 도서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경험을 쌓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많은 학생들이 독서보다는 단지 시험공부를 위해 도서관에 옵니다. 사실 공부보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죠. 도서관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과제를 할 때 참고할 만한 자료를 사서에게 요청할 수 있고 ‘나눔방’을 대관해서 모임을 열 수도 있습니다. 도서관의 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폭넓은 교양도 쌓을 수 있죠. 교과서만으로는 알 수 없는 지식의 세계를 도서관에서 만나봤으면 해요.” 

글·사진 김정민(행신고 1학년) 황수림(경기외고 1학년) 정윤주(한솔고 1학년) 학생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