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좋은글
오월 - 이외수
초록느낌
2011. 5. 15. 00:36
5월 / 이외수 지나간 날들을 떠올리지 말자 바람이 불면 허기진 시절을 향해 흔들리는 기억의 수풀 시간은 소멸하지 않고 강물은 바다에 이르러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아직 수첩에서 지울 수 없어라 하늘에는 만성피로증후군을 앓으며 뭉게구름 떠내려 가고 낙타처럼 피곤한 무릎으로 주저앉는 산그림자 나는 목이 마르다 다가오는 날들도 생각하지 말자 인생에는 도처에 이별이 기다리고 있나니 한겨울 눈보라처럼 흩날리는 아카시아 꽃잎 그 아래 어깨를 늘어뜨리고 모르는 사람 하나 떠나가는 모습에도 나는 맨발에 사금파리 박히는 아픔을 배우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