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대안학교가 문제아학교? 정말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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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삼재와 장터목, 천왕봉, 중산리 코스로 2박 3일 동안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온 경환(16)이 낯빛이 햇볕에 그을려 검다. 학교에서 마련해 둔 지리산 종주 프로그램이 마음에 쏙 들어 이 학교를 선택했을 정도라는 경환이는 국내 최초 기숙형 공립대안학교인 태봉고 1학년 학생이다.
"진로를 고민하다가 태봉고 관련 공문을 보고 결심을 굳혔어요. 매년 지리산을 종주하는 학교라잖아요. 왠지 모르게 끌렸죠. 물론 후회 없는 선택이었고요."
학교에서 경환이를 인터뷰하게 된 건 순전히 경환이 자신의 의지였다. <경남도민일보>를 보고 대안학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직접 교육담당 기자에게로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대안학교에 관한 기사가 있으면 자기에게 보내줄 수 없냐는 부탁이 담겼고, 왠지 직접 만나보면 부탁 뒤에 숨은 이야기가 더 있을 거 같다는 직감에 약속을 잡았다. 느낌은 맞아떨어졌고, 경환이는 나이에 비해 훨씬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안학교라고 하면 인식이 썩 좋지는 않아요. '문제학생들이 오는 학교' 정도로만 알고 있으니까. 근데 정말 그건 아니거든요. 그래서 마음을 먹었죠.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활동을 해야겠다고."
경환이 말을 빌리자면 대안학교에 대한 기사나 소스를 받아 태봉고가 어떤 학교라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는 거다.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을 지우기 위해 우선 시작이라도 그렇게 하고 싶어했다.
"아직 편견이 많아요. 그걸 깨고 싶은 거죠. 대안학교가 문제아학교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아는데 남들이 몰라주니 답답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연락드린 거에요."
살짝 무안해졌다. 사실 태봉고 관련 기사를 몇 개 쓰긴 했지만, 정작 대안학교나 대안교육에 대한 기사는 여전히 기획 단계에만 머물러 있는 탓에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아서였다.
"괜찮아요. 차근차근 하면 될 일인 걸요. 저도 앞으로 공부 많이 할 테니까 혹시 도움주실 수 있으시면 그때 힘이 돼 주세요. 기획기사 나오면 꼭 좀 보여주시고요." 어쨌든 그렇게 덜컥 경환이와 약속을 해버렸다.
좀 더 친해질 겸 이것저것 개인적인 일들을 물었다. 알고보니 경환이는 중학교 때 꽤 공부를 잘했었다. 전교생 400명 중 상위 10%에 드는 좋은 성적으로 과감히(?) 대안학교를 선택한 거였다.
"인문계고에 갈 생각은 처음부터 별로 없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태봉고를 알게 됐죠. '아, 이런 학교도 있구나' 싶어 어른들에게 말씀드렸어요. 대안학교를 가겠다고. 반응이요? 물론 안 좋았죠."
선생님은 "문제아들이 가는 학교"라고 했고, 경환이 어머니 역시 무모하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정작 경환이는 확신이 있었다. 아버지의 믿음도 많은 도움이 됐다.
"어릴 때 축구를 볼 때면 항상 하시는 아버지 말씀이 있어요. 넓은 시야를 가져라. 멋진 말이잖아요. 그래서 언제나 그러려고 노력해요.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아마 태봉고에 들어올 수도 없었겠죠."
그렇다고 입학이 전부는 아니었다. 갑자기 떠안은 '책임'이 어깨를 눌러 초반 학교 생활을 힘들게 했단다. 경환이는 태봉고 전교회장이다.
"4월부터 회장직을 맡고보니 할 일이 정말 많은 거에요. 전교생이 기숙사생활을 하다보니 크고 작은 일들이 한두 가지일 수 없잖아요. 친구들 목소리 일일이 다 들어가며 공동체를 꾸려나가다 보니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어요. 무능하다는 생각에 괴로웠고요. 그때는 참 학교가 싫더라니까요."
1회 입학생이자 1회 졸업생이 될 45명 전교생의 대표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중압감으로 들렸다. 그래도 희망 앞에서 고통은 오래 못 가는 법이다.
"산청 간디학교를 다녀와서 생각이 변했어요. 거기는 정말 부러울 정도로 학생 자치 시스템이 잘 짜여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오기가 생긴 거죠. 우리도, 나도 할 수 있다는. 꼭 해낼 겁니다.
두고 보세요. 간디학교와는 또다른 태봉만의 태봉을 만들어 놓을테니까요. 그때 쯤이면 우리 학교를 바라보는 시선들도 확실히 변해 있겠죠? 대안학교는 문제아학교가 절대 아니거든요." /김성찬 기자
"대안학교가 문제아학교? 정말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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