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즐거움/시사랑

포도주 예찬 - 이승하

초록느낌 2010. 10. 12. 17:02

 

 

 

 

 

 

태양이 자기 자신을 태워 빛과 열을 낼 때

들판에서 호응하는 참한 생명체들

알알이 여물어 빛깔은 짙어지고

단맛은 꿀처럼 짙어만 가네

 

오늘은 주신과 함께 취하고 싶은 날

꿈꾸는 포도만이 술이 될 수 있으리

익는 것보다는 무르익는 것이 더 좋고

말짱한 것보다는 약간 미치는 것이 좋다

 

잔을 채워다오

도도한 취기의 시간이 도래하면

나는 저 짙은 원색의 들판과 하나가 된다

창공에서 노래하는 새들이여 신음하는 짐승들이여

 

살아 있으니 이렇게 춤도 출 수 있는 거다

차가운 액체가 서서히 심장을 뜨겁게 하니

나는 이제 내가 아니다

춤추는 하늘, 노래하는 대지다

 

 

 

 

 

 

 

-풀잎은 공중에 글을 쓴다-